영 "러, 친러 인사 이용해 우크라 정부 전복 기도"..러 "헛소리"

박효재·김혜리 기자 2022. 1. 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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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 외무장관, 러 접촉한 정치인 5명의 실명 ‘이례적’ 공개
미 “우려”…러, 영 국방장관 회담 수락 ‘대화 채널’은 건재
독일선 해군 수장 “푸틴, 존중받을 만해” 발언 파문…사퇴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친러 성향 인사들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고 영국 정부가 경고했다. 러시아는 ‘영국 외무부의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정보당국 첩보를 인용해 러시아 정보당국이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집권 시절 고위관료를 지낸 이들과 접촉해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예벤 무라예프 전 우크라이나 하원의원을 대통령으로 추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트러스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무라예프 전 의원을 비롯해 러시아 정보당국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되는 친러 성향 우크라이나 정치인 5명의 실명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무라예프는 2019년 총선에서 소속 정당이 득표율 5%를 확보하지 못해 의원직을 상실한 인물이다. 그 외에 2014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실각한 뒤 러시아로 도피해 망명정부를 세웠던 미콜라 아자로프 전 총리, 야누코비치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세르히 아르부조프와 안드리 클루예프, 블라디미르 시브코비치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 등이 거론됐다. 시브코비치는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했다는 이유로 지난주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트러스 장관은 “오늘 공개된 정보로 크렘린(러시아 정부)의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그들의 노력이 어디까지 갈지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무부 성명 발표 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정부 전복 방법이나 시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는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하고 (영국이) 갑작스러운 외교적 압박에 나섰다는 점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국제적 위기를 자신의 허약한 국내적 입지를 만회하는 데 사용한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는 최근 영국이 코로나19 봉쇄를 실시하던 2020년 총리 관저 등에서 술파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무라예프도 옵서버에 “나는 러시아 입국이 금지됐고, 러시아에 있는 내 아버지의 기업 자금도 몰수됐다”면서 영국 외무부의 주장이 비논리적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23일 트위터를 통해 “영국 정부가 유포한 허위정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 주변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앵글로색슨족 국가들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영국 외무부가 헛소리를 퍼뜨리는 것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이날 영국 외무부가 공개한 첩보 내용을 두고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러시아의 대화채널은 여전히 열려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열자는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이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오는 25일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의 외교 정책 보좌관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을 연다.

한편 독일에서는 해군 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자 사퇴하는 등 불협화음이 빚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해군총감 카이아힘 쇤바흐 부제독은 지난 21일 한 토론회에서 “푸틴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존중”이라며 “누군가를 존중하는 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푸틴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또 쇤바흐 제독은 “크림반도는 사라졌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으로 두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도 말했는데, 이는 서방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파문이 일자 쇤바흐 부제독은 “경솔한 발언이었다”며 사퇴했다.

러시아산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독일은 영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독일은 최근 나토 회원국인 에스토니아가 독일산 무기인 122㎜ D-30 곡사포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승인해달라고 한 요청을 거절했다.

박효재·김혜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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