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서울의 소음이 된 '서울의 소리'

2022. 1. 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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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와 인터넷매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의 전화 통화 녹음 내용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MBC-TV는 지난 16일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김씨와 이 기자의 통화내역을 첫 공개했으며 21일과 22일에는 뉴스데스크에서 추가 내용을 보도했다. 또 서울의 소리와 열린공감TV에서도 관련 녹음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공개된 통화에서 김씨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에 대한 평가, 점(占)에 대한 평소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유력 대통령 후보의 아내로서 김씨의 통화내용은 매우 부적절한 내용들도 있다. 또한 해당 통화가 녹음되어 보도되는 과정은 유튜브와 방송사의 새로운 취재윤리 문제를 제기한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는 취재원을 혼내듯 질문하는 '응징취재'를 내걸고 있다. 백은종 대표는 그동안 보수 인사들을 찾아가 막무가내로 몰아붙이거나 호통을 치고, 상대방이 당황하거나 회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려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 황교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재오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홍준표 의원 등을 찾아가서 무안한 질문과 욕설, 호통 등으로 곤란하게 만들어왔다. 답변을 듣기 위한 취재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퍼붓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우리(진보진영)쪽의 대선승리를 위해 노력한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편들기를 하고 있다.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는 지난해 7월 첫 통화를 비롯, 모두 53회 7시간 45분에 걸쳐 김씨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통화 내용에서는 단순한 취재질문으로 보기 힘든 다양한 대화들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이 기자는 윤 후보의 언론 응대 방식 등에 대한 조언을 했으며 취재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김건희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취재 중 얻은 정보를 취재원에게 전달한 것은 기자의 취재윤리에 어긋난 행위다. 이 기자는 또 7개월 여 동안 김씨를 취재하면서 관련 내용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통화내용을 녹음하여 차곡차곡 재여 놓았다. 취재원과의 모든 대화내용이 녹음되어 공격의 무기로 사용된다면 취재원들은 기자의 전화를 받기 꺼릴 수밖에 없다. 비단 서울의 소리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의 취재를 움츠리게 만들 수 있다.

서울의 소리가 통화내용을 MBC를 통해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아무리 작은 군소 언론사라도 자기 회사이름으로 취재하고 보도한다. 이는 매체의 자존감과 존재의미와 관련돼 있다. 하지만 서울의 소리는 자사 매체 대신 지상파 방송을 통해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과거 윤 후보가 고발사주 의혹을 제기했던 인터넷신문 매체를 폄하하며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기에 MBC를 선택했다고 서울의 소리 측은 밝혔다. 백은종 대표는 유튜브 방송에서 "서울의 소리에서 방송하면 우리 측 강성 지지자들만 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매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런 면에서 MBC는 인터넷 매체의 홍보도구가 된 셈이다. 즉, MBC가 유튜브 채널의 통로역할을 자처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존재의미를 깎아내렸다. 그런 의미에서 "MBC가 지상파의 자존심을 버리고 작은 유튜브 채널의 '하청' 역할을 맡았다"는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의 지적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MBC가 녹음파일을 입수했더라도 비윤리적 취재이기에 방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일부 내용의 공익적 측면을 고려했다고 하더라도, 비윤리적 취재를 공영방송이 포장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의 더 선(The Sun)등과 같은 타블로이드 신문에서 파파라치로부터 불법촬영 사진을 고액 구매하면서 파파라치들의 유명인 사생활 침해가 늘어난 것처럼 MBC의 행태는 방송뉴스에 제보하기 위한 불법적인 사적대화 통화녹음과 촬영 등을 부추길 우려를 낳는다.

요즘 유튜브의 인기로 언론으로서 방송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유튜브는 방송사들이 그동안 지켜온 공정성과 균형을 버리고 노골적인 편파성을 표방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통합의 기능이 있을 수 없다. 진보에서는 '열린공감TV'와 '서울의 소리'가, 보수에서는 '신의한수'와 '가로세로연구소'가 그러하다. 지상파 방송마저 유튜브처럼 노골적인 편파성을 갖는 순간, 방송은 많은 사람에게 불편함과 불쾌감을 주는 소음으로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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