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근대 문턱서 좌절한 중국 문명

박영서 2022. 1. 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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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명을 처절할 정도로 성찰했다는 평가를 받는 책이다.

명청 시대는 중국 문명이 가장 타락한 시대였다.

저자는 중국 문명이 최고조로 고양되었던 송나라에 주목했다.

중국 문명이 근대의 문턱에서 실패한 이유를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명확한 맥을 잡아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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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의 슬픔 샤오젠성 지음 / 조경희·임소연 옮김 / 글항아리 펴냄

중국 문명을 처절할 정도로 성찰했다는 평가를 받는 책이다. 책에서 가장 강조되는 대목이 '송나라의 멸망'이기 때문에 한국어판 제목은 '송나라의 슬픔'으로 지어졌다. 원제는 '중국 문명의 반사(反思)'다. 소수민족 투자족(土家族) 출신으로 후난르바오(湖南日報) 기자인 저자는 20여년 간의 자료 조사와 혼신의 노력으로 책을 만들었다. 책은 중국 대륙에서 2007년 출판될 뻔했다가 검열로 무산됐지만 2009년 홍콩에서 출간되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은 진대(秦代) 이전의 노예제 사회였던 선진(先秦) 시대에서 시작해 진한 시대, 당송 시대, 명청 시대, 민국 시대 등을 큰 틀로 하여 중국사를 관통한다. 진한 시대는 황제 중심의 권력시스템이 시작되고 제도적으로 완성을 본 시기다. 명청 시대는 중국 문명이 가장 타락한 시대였다. 그리고 서양의 충격 이후 중국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서 거듭나고자 했으나 그때마다 과거의 악령이 되살아나면서 발목이 잡혔다.

저자는 중국 문명이 최고조로 고양되었던 송나라에 주목했다. 황제가 존재했지만 민주주의의 여러 씨앗이 잉태되었고, 부의 분배는 오늘날보다 훨씬 나았다. 상업문명은 화려했으며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장치도 잘 작동했다. 지방분권이 이뤄졌고 사상적 다양성이 분출했다. 나침반, 활자, 인쇄술 등을 발명할 만큼 뛰어난 기술력도 자랑했다. 그대로 100년만 더 갔으면 송나라 덕분에 근대는 세계적으로 몇백년 앞당겨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송나라는 국방 분야에 소홀했고, 폐쇄적인 내륙 환경이 가져온 강권 정치, 낮은 농업생산량이 초래한 전쟁의 반복 탓에 멸망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송대 이후 중국은 한 번도 그와 같은 문명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저자는 풍부한 학식과 예리하고 생동감 넘치는 필체로 중국 문명의 흥망성쇠를 풀어냈다. 중국 문명이 근대의 문턱에서 실패한 이유를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명확한 맥을 잡아 서술하고 있다. 독자들은 저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중국사를 바라보는 탁 트인 관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오늘날 중국이 권위주의 체제로 흘러가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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