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림·에세이·신조어로 추억하는 '작가 박완서'

임근호 2022. 1. 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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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11주기(1월 22일)를 맞아 그를 기리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작가가 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 썼던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란 글에서 문장들을 뽑아 시로 만들고, 여기에 일러스트레이터 이성표의 그림을 입혀 시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에서 박 작가는 '심심하고 심심해서/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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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계 11주기..관련서 잇달아
'시를 읽는다' '엄마의 부엌' 등

박완서 작가의 11주기(1월 22일)를 맞아 그를 기리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시를 읽는다》(작가정신)는 시집을 곁에 두고 좋은 시를 암송하길 즐겼던 박 작가의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가 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 썼던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란 글에서 문장들을 뽑아 시로 만들고, 여기에 일러스트레이터 이성표의 그림을 입혀 시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에서 박 작가는 ‘심심하고 심심해서/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고 말한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내년에 뿌릴 꽃시를 받는 내가/측은해서 시를 읽는다’고도 했다.

《엄마 박완서의 부엌: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세미콜론)은 박 작가의 맏딸이자 수필가인 호원숙 씨가 쓴 책이다. 지난해 냈던 책에 직접 그린 손그림을 보탰다. 박 작가가 물려준 집에서 살고 있는 호씨는 그곳에 남아있는 엄마의 자취와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담담히 글을 써내려간다. 살구꽃이 필 때마다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 나무 밑에서 작은 파티를 열곤 했던 모습, 소설 《나목》에 나오는 구절처럼 개성 만두를 빚어 먹던 기억 등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이며, 할머니인 박 작가의 모습을 그린다. “엄마는 집에서도 한복 치마저고리 차림에 광목으로 된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현대문학’이나 ‘사상계’를 보면서 잠시 누워 있던 엄마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박완서 소설어 사전》(아로파)은 박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신조어를 해설한다. 그는 소설 속 인물들의 성격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직접 단어를 만들어 쓰곤 했다. 각죽거리다(남의 비위를 불편하게 만들다), 글겅글겅(무언가 자꾸 먹고 싶어하는 모양), 눈귀가 여리다(조금만 슬퍼도 눈물이 잘 나는 성품) 등과 같은 말이다. 그의 신조어는 엉뚱하다거나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큼 친숙하게 다가온다. 덕분에 우리 말을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31년 경기도 개풍군(현재의 개성)에서 태어난 박 작가는 서른아홉이던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과 산문, 동화를 가리지 않고 썼고 다작과 성실함으로 유명했다. 담낭암 투병 중 2011년 1월 22일 향년 80세로 타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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