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앞다퉈 별장 지은 곳, 온천이 기가 막히네
[황상호, 우세린 기자]
▲ 뿌에르테시토스 바다 유황 온천이다. 온천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방문객들이 온천욕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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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둘째 날, 현지 선장이 운행하는 낚싯배를 빌려 일행과 바다낚시를 나섰다. 선발대가 캠핑장 관리자에게 물어 현지 선장 에릭을 소개받아 예약을 해둔 터였다. 고깃배 4시간 운행에 약 250달러, 팁까지 해서 모두 320달러 정도를 지출했다.
오전 9시쯤 출발했다. 작은 낚싯배에 선장 포함 6명이 탔다. 배는 도도히 바다의 폐부로 진입했다. 제주도 차귀도에서 배낚시를 해본 적이 있어 뱃멀미에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배를 세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어질어질, 속이 울렁거렸다. 전날 밤 마신 데킬라가 한몫한 것 같았다.
▲ 캘리포니아 만에 있는 무인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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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어군 탐지기는 바닷새였다. 선장 에릭은 새가 무리 지어 다니는 곳을 쫓아 뱃머리를 돌렸다. 낚싯대 두 대를 펼쳐 배 후미에 하나씩 더듬이처럼 달아 배를 몰았다. 낚싯대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배를 멈추고 릴을 감았다 풀었다 하며 물고기와 힘겨루기를 했다. 물고기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얼치기 낚시꾼에게 정체를 드러냈다.
▲ 선장 에릭이 먼저 잡은 시에라를 손질해 고기 먹이를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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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어종은 농엇과인 그루퍼(Grouper). 몸집 전체가 밝은 흙색인데 인상이 사납고 몸통은 돔처럼 두껍다. 갑각류나 작은 물고기, 문어를 먹는다고 한다. 1950년대 플로리다에서는 그루퍼가 물에 빠진 아이를 잡아먹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늦겨울과 봄에 많이 잡힌다. 캘리포니아만에서는 낚시하기 좋은 계절이 따로 없다. 사시사철 다양한 물고기가 잡힌다.
▲ 얼치기 낚시꾼에게 잡힌 그루퍼다. 이것보다 5배 이상 큰 그루퍼도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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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로 토하기 직전, 다행히 선장 에릭이 뱃머리를 돌렸다. "옐로우테일(Yellowtail·방어)! 옐로우테일!" 하며 내내 그놈을 노렸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두어 시간 만에 50리터짜리 아이스박스를 물고기로 가득 채웠다.
해변 캠핑장까지 반쯤 왔을까. 고래 한 마리가 흰꼬리를 드러내며 물 위로 솟구쳤다. 바다 위를 빙그르르 돌며 자유롭게 유영했다. 뱃머리를 돌려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스치기만 해도 작은 고깃배는 전복이다.
▲ 잡은 물고기를 회 뜨고 있다. 바닷가 캠핑장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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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 어부 마을과 미국인 여름 별장촌
이곳은 연평균 강수량이 50밀리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땅이 붉고 메말라 있다. 반도가 위아래로 수천 킬로미터 뻗어 있어 지역마다 기온 차가 있지만 샌펠리페의 경우 가장 더운 8월 기온이 40도에 근접한다. 가을에는 허리케인도 분다. 우리가 갔을 때도 강풍이 불어 며칠 고생했다. 달리는 차도 휘청거릴 정도다.
▲ 판자촌 마을이다. 남성들이 물고기를 낚아 냉장차에 실어 보내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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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유황 바다 온천
1990년대 미국 경기가 정보기술 산업 열풍과 연방준비은행의 저금리 정책으로 되살아나자 미국인들이 앞다퉈 바하 캘리포니아에 여름 별장을 지었다. 그중 한 곳이 바다 온천이 있는 뿌에르테시토스(Puertecitos)다.
1949년 라파엘 오로즈코라는 사람이 처음 정착했으며 지금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이동식 주택 등 수백 가구가 모여 있다. 뿌에르테시토스 온천 입장료는 차 한 대당 18달러, 여기다 입장객 한 명당 2.5달러를 더 내야 한다. 현지 물가 대비 꽤 비싼 가격이다. 주변에 식당이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다. 캠핑도 하지 못한다. 마실 물과 먹을거리를 미리 가지고 가야 한다.
온천수는 해안가 돌 틈에서 솟아나 바다로 향한다. 원천수는 아주 뜨거워 화상을 입을 정도다. 바하 캘리포니아 온천로는 크게 태평양 쪽인 엔세나다와 이곳 뿌에르테시토스, 더 남쪽인 바히아 곤셉티온(Bajia Conception)으로 나눠어 있다.
▲ 뿌에르테시토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팟이다. 바닷물과 온천수가 잘 섞여 놀기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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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 때를 잘 맞춰야 적절한 수온에서 온천욕을 할 수 있다. 보통 정오쯤 방문객이 가장 많다. 명당을 차지하지 못하면 수고를 좀 해야 한다. 양동이나 아이스박스를 이용해 뜨거운 곳에는 바닷물을, 차가운 곳에는 온천수를 퍼다 날라야 한다. 보통 아빠나 남자친구의 역할이다. 종종 파일럿들이 경비행기를 몰고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놀러 온다. 참고로 누드 혼탕이 가능하니 유념하도록!
▲ 왼쪽은 뿌에르테시토스 온천에 설치된 토토아바 설치 작품이다. 오른쪽은 국제지구리그(Earth Leage International) 디렉터 안드레아 크로스타가 홍콩에서 압수된 토토아바 부레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
ⓒ 황상호, ELI |
온천 옆에는 작은 성당과 선착장이 있다. 그곳에는 마을 주민이 세운 물고기 형상의 설치 작품이 있다. 주인공은 민어과 물고기 토토아바(Totoaba)다. 몸길이 최대 2미터 무게는 100킬로그램에 달하는 대형 어종이다. 중국인들이 토토아바 부레를 만병통치약 또는 부의 상징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수십 년간 남획이 이뤄졌다.
멕시코 정부는 1975년 상업 거래를 금지했지만 여전히 암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말린 부레 가격은 1킬로그램당 우리 돈 1100만 원에서 5500만 원이다. 밀수꾼들이 부레를 잘라 곳곳에 숨긴 뒤 고가에 밀수출해 '바다의 코카인'이라 불린다.
눈 주변에 둥근 반점이 있어 '판다 고래'라고 불리는 바키타 돌고래(Vaquita)도 멸종 위기다. 몸길이 평균 150센티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인데 토토아바를 잡기 위해 쳐놓은 저인망 그물에 포획되고 있다.
▲ 눈 주변에 검은 반점이 있어 '판다 돌고래'로 불리는 바키타 돌고래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다. savethewhales.org 화면 캡처. |
ⓒ savethewhales.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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