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저우 지난해 수해 때 인명피해 은폐..시진핑 측근 등 대거 문책
[경향신문]
지난해 300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한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수해 당시 인명 피해가 축소·은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직계 인맥으로 분류되는 정저우 당 서기 등 관련자들이 대거 문책됐다.
중국 국무원 재해 조사조는 지난 21일 ‘허난 정저우 7·20특대폭우 피해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23일 보도했다. 정저우에서 지난해 7월 기록적인 폭우로 수백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자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의 대응 과정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지 5개월여만에 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무원 재해 조사조는 수해 당시 정저우시 등이 모두 139명의 사망·실종자를 고의로 지연 보고하거나 은폐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국무원 조사에서는 지난해 7월17∼23일 정저우에 내린 폭우로 모두 380명이 사망·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과정에서 정저우시와 하급 행정단위인 각 현(縣), 향진(鄕鎭)에서 인명 피해를 축소 보고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시 차원에서 75명, 현급에서 49명, 향진급에서 15명의 희생자를 은폐했다고 적시했다.
정저우시의 인명 피해 축소 의혹은 이미 지난해 수해 당시에도 불거졌다. 지난해 7월29일까지만 해도 정저우시가 발표한 사망·실종자수는 모두 97명이었으나 다음날 발표에서 갑자기 사망·실종자가 3배 이상 많은 322명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무원은 정저우시와 산하 현급 기관들이 7월25∼29일 사이 모두 116명의 사망·실종자를 은폐했으며, 이후에도 추가 확인된 인명 피해를 제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시 정저우에는 17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사흘 동안에만 연간 평균 강수량(640.8㎜)과 맞먹는 617.1㎜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20일 오후 4부터 1시간 동안에는 최대 201.9㎜의 비가 내리면서 많은 시민들이 침수된 지하철과 지하차도에 갇혀 희생됐다.
관련 공무원들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화통신은 정저우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침수된 지하철 역사 설계책임자 등 기업 관계자 8명을 체포했으며, 허난성 기율 감찰기관은 관련 공무원 89명을 기율과 법률 위반 혐의로 엄중 문책했다고 전했다. 문책된 인사 중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직계 인맥으로 분류되는 쉬리이(徐立毅) 정저우시 당 서기도 포함됐다. 그는 시 주석의 저장(浙江)성 당 서기 재직 시절 형성된 인맥인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일원으로 분류된다. 허난성 상무위원회는 최근 수해 참사의 책임을 물어 그를 면직 처분하고, 안웨이(安偉) 전 저우커우(周口)시 당 서기를 신임 정저우 당 서기에 임명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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