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최대 자금줄 미국, 회원국 분담금 확대 방안 반대
[경향신문]
세계보건기구(WHO)의 최대 자금줄인 미국이 WHO의 자금 지원 확대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WHO가 더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자금 개편안에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WHO는 지난 4일 현재 20% 미만인 회원국들의 의무 분담금을 2024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해 2028년에는 20억 달러 규모 핵심 예산의 절반을 분담금으로 충당한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개편안 지지자들은 회원국들과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등 자선 단체의 자발적 기부금에 의존하는 현 시스템이 WHO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본다. 기금을 제공한 측이 정한 우선순위에 집중하게 되고, 일이 잘못됐을 땐 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이다. WHO 자금 개편안에 자문하기 위해 임명된 전염병 관련 독립 패널들도 현 시스템이 WHO의 청렴성과 독립성에 중대한 위험을 끼칠 수 있다며 핵심 예산의 75%까지 각 회원국의 의무 분담금으로 충당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미래의 위협에 맞설 WHO의 능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대신 회원국들이 직접 통제하는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보건 비상사태를 예방하고 통제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2019년 WHO 연간 총 예산의 15%에 해당하는 기여금을 낼 정도로 ‘WHO 최대 자금줄’인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WHO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중국이 WHO를 절대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며 WHO 탈퇴를 유엔에 공식 통보한 바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WHO에 재가입했다. 미국 관료들은 로이터통신에 WHO가 중국으로부터의 위협 등에 대처할 수 있는 구조나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 우렵스럽다면서 WHO의 중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등 다른 주요 유럽 회원국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아프리카·남아시아·남미·아랍 국가들은 WHO의 개편안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측 관리들은 일본과 브라질이 WHO 개편안을 지지하는 데 주저하고 있으며, 중국은 아직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브라질이 WHO 개편안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미국과 다른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 브라질 관료는 WHO에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브라질이 분담금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WHO가 사업장을 이전하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분담금 확대는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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