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18년 만의 단체전 우승 쾌거 [픽셀스코프 탁구선수권]
[OSEN=손찬익 기자] 한국마사회 여자탁구단이 제75회 픽셀스코프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정상에 올랐다. 23일 오후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대회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여자단체 결승전에서 강호 대한항공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풀-매치 대접전 끝에 승부가 갈렸다. 첫 매치 복식을 잡고 기선을 제압한 한국마사회는 주장 서효원이 2번 단식을 내주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3번 단식은 승부처였다. 전날 포스코에너지와의 4강전에서도 상대 에이스 양하은을 잡아 승리에 공헌했던 최해은이 다시 큰 공을 세웠다. 국가대표 김하영과의 승부를 쾌승으로 장식해 팀에 리드를 안겼다.
4번 단식에서 이번 대회 단식 우승자 이은혜에게 다시 경기를 내주면서 균형을 이뤘지만, 마지막 5단식은 최고참 ‘서효원의 시간’이었다. 서효원은 상대 강다연과 풀-게임접전을 펼치며 고전했지만 숱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후의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묵직한 커트를 앞세워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강다연의 마지막 공격이 코트를 넘는 순간 서효원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벤치의 동료들이 뛰어 들어와 서효원을 얼싸안았다.
이변에 가까운 우승이었다. 대회 개막 전까지도 한국마사회의 우승을 예상한 이들은 드물었다. 한국마사회는 2020년 당시 고3이 되는 어린 선수들을 조기 스카우트해 팀을 새로 꾸렸다. 대표팀 수비수 서효원 외에 나머지 주전들 최해은, 이다은, 안소연이 모두 실업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도 많이 주어지지 못했다. 창단팀과 다름없는 전력으로 이번 대회는 경기 경험을 쌓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의도가 더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인이나 다름없는 2년차 어린 선수들이 큰일을 냈다. 예선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한 뒤 토너먼트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제압했다. 4강전에서 막강 전력의 포스코에너지를 3대 1로, 결승전에서 정상탈환을 노리던 대한항공에게도 승리했다. 실전 대신 연습에 주력했던 지난 시간들을 승리로 보답 받았다. 한국마사회가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 대회가 두 번째다. 2006년 제60회 대회 우승 이후 18년 만에 새로 꾸려진 어린 팀으로 '기적' 같은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은 뜻밖으로 담담했다. "우리가 우승할 거라 기대하지 못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이 되지 않았다. 그저 좋은 내용의 경기를 하자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3번 단식 이후에는 우승을 예감했다. "김하영을 잡으면서 '우승'을 직감했다. 해은(최)이가 많이 성장했고, 효원(서)이도 마지막에는 틀림없이 해줄 거라 믿었다. 긴장해서 풀-게임 승부를 펼치긴 했지만 결국 제 몫을 해줬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힘든 상황에서 일궈낸 우승 직후 현 감독은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의 우승이 세상의 모든 보통선수들에게 ‘열심히 간절하게 최선을 다해 계속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과 용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나도 오늘 우승을 통해 큰 용기를 얻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더 좋은 선수,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 단식에서 우승 마침표를 찍은 서효원도 감격적인 소감을 전했다. 2010년, 2018년 종합선수권 여자단식에서만 2차례 우승한 적 있는 '주장'은 어린 후배들과 함께 생애 첫 종합선수권 단체전 우승기를 들고는 "단체전 우승이 훨씬 더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해은(최)이가 너무 잘해줬고, 다은(이)이와 소연(안)이도 뒤에서 힘을 불어넣어줬다. 오늘 우승은 어제 팀 미팅을 네 시간 가까이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에너지와의 준결승, 대한항공과의 결승전 모두 객관적 전력에선 우리가 불리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우승이 간절했다. 늘 믿어주시는 현정화 감독님, 박상준, 김복래 코치님과 모든 선수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나 돼 이뤄낸 우승이다. 정말 값지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마사회의 종합선수권 우승은 최근 포스코에너지와 대한항공이 양분하던 여자탁구 판도를 흔든 일이기도 하다. 이달 말경 개막을 앞두고 있는 프로리그도 흥미를 더하게 됐다. 한국마사회의 여자단체전 우승과 함께 6일간 이어온 이번 대회도 모든 막을 내렸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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