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 아들 도서관 찾은 차이잉원 "대만 수호는 우리의 과제"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2. 1. 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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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통치 비판받는 장제스 아들 장징궈에 대해 "대만 수호 입장 지켰다"
"대만 발전 기록돼야, 그렇지 않으면 장징궈는 영원히 일부분으로 남을 것"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21일 대만 타이퉁의 군부대를 시찰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의 이름을 딴 도서관 개관식에서 “베이징이 대만에 대해 군사, 정치적 압력을 가할 때 장 전 총통은 대만을 지킨다[保臺]는 입장을 시종일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장징궈는 장제스 전 총통의 아들로 1978~1988년까지 총통을 지내며 대만 경제 발전을 이끈 ‘대만의 박정희’ 같은 인물이다. 차이 총통이 소속된 민진당과는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22일 타이페이시 ‘장징궈 총통 도서관’ 개관식 축사에서 “장 전 총통은 ‘중화민국(대만)이 오늘날까지 생존할 수 있었고, 전망과 미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세계 속에서 중화민국 정부가 반공(反共)을 지키고, 공산당과 타협하지 않는 정신적인 보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오늘 양안(중국·대만) 환경은 큰 변화가 있지만 대만에 대한 베이징의 군사·정치적 압력에 대해 ‘대만을 지킨다’는 장징궈의 입장은 대만인이 가진 공통된 인식이며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했다.

차이 총통은 장징궈 집권기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강조했다. 그는 “장징궈 집권기는 전후 발전의 핵심적 시기로, 당시 권위(주의) 체제가 도전을 받고 대만 여러 측면에서 사회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며 “이 시기 대만 발전의 경험은 당연히 기록돼야 하며 장징궈 도서관은 대만 사회가 (장징궈 시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공정하게 평가해 사회적 분열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만에서 장징궈는 누군가에게는 경제 발전과 안전을 가져온 인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권위 체제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으며 영원히 ‘일부분의 장징궈’가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대만 언론은 이날 장징궈 도서관 개관식에 차이 총통을 비롯해, 국민당 소속인 마잉주 전 총통, 롄잔 전 부총통, 주리룬 국민당 주석이 참석했다며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대만에서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도서관은 장징궈 도서관이 처음이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장징궈기금회은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유시보는 2020년 별세한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유가족들도 대만대 법학원의 옛 건물에 리덩후이 도서관을 짓기 위해 양해각서(MOU)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미국 코넬대에서 유학한 후 장징궈에 의해 발탁돼 관계에 입문했다. 1988년 1월 장징궈가 사망하자 부통령이던 그가 직무 승계를 통해 7대 대만 총통이 됐다. 이후 시장·총통 직선제를 도입했고, 직선제가 도입된 뒤 처음 치러진 1996년 총통 선거에서 당선돼 ‘미스터 민주주의’로 불렸다.

리덩후이는 국민당 출신이지만 1996년 대만 총통으로는 처음 미국을 비공식 방문했고, 1999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 관계는 국가 대 국가로 봐야 한다”는 양국론(兩國論)을 발표했다. 차이잉원 현 총통을 정계에 입문시킨 것도 리덩후이다. 대만 일각에서는 장제스 기념관인 ‘중정(장제스의 이름) 기념당’에 리덩후이 도서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유가족은 “(리덩후이) 도서관의 설립이 대만인을 분열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리덩후이가 교편을 잡았던 대만대에 도서관 설립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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