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변이 '델타크론'은 실험실 오염 결과 가능성..변이 공포가 만든 해프닝되나

이정아 기자 2022. 1. 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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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발견됐다는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의 잡종인 '델타크론'이 실험실에서 오염이 일어난 결과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새로운 변이에 대한 공포가 일종의 해프닝을 만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처럼 새로운 변이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코로나19의 새 유행을 만드는 만큼 신속한 발견과 보고가 중요하다면서도 사실 여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달 초 발견됐다는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의 잡종인 '델타크론'이 실험실에서 오염이 일어난 결과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새로운 변이에 대한 공포가 일종의 해프닝을 만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처럼 새로운 변이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새 유행을 만드는 만큼 신속한 발견과 보고가 중요하다면서도 사실 여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키프로스공화국의 키프로스대 생명공학·분자바이러스학연구소는 이달 8일(현지시간) 델타크론의 출현을 처음 보고 했다. 당시 레온티오스 코스트리키스 연구소장은 "델타크론 변이가 키프로스에서 채취한 25개 검체에서 발견됐다"며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에 관련 정보를 올렸다. 코스트리키스 연구소장은 "그 가운데 11개 검체는 코로나19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에게서, 나머지 14개 검체는 일반인에게서 확보했다"며 "새 잡종 변이는 델타 변이의 유전적 기반에 오미크론의 여러 돌연변이 요소들이 합쳐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후 델타크론의 유전체 27개를 GISAID에 추가로 올렸다.  
 
새 변이 추가 등장 소식이 전해지자 각국 과학자들과 보건당국은 바짝 긴장했다. 델타 변이보다 감염력이 센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미국과 유럽 각국이 확진자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변이 등장은 확진자 증가는 물론 백신과 치료제 사용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델타크론 보고 이후 다른 지역에서 이 변이가 발견됐다는 추가 보고는 없었다. 질병관리청도 지난 9일 "델타크론 변이가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키프로스 보건당국 및 전문가들은 이 변이에 대해 우려하기는 아직 이르며 추가정보 파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델타크론의 특성 변화를 배제할 수 없으므로 국내 유입 여부와 발생 추이를 지속해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델타크론에 대한 회의론도 등장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델타크론은 새 변이가 아닌,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미 수많은 해외 전문가들이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스트리키스 연구소장팀이 GISAID에 올린 델타크론 염기서열 52개가 바이러스간 재조합의 결과가 아니라 실험실 오염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내놨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기술팀원인 크루티카 쿠팔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 교수는 지난 10일 본인의 트위터에서 "델타크론은 없다"며 "오미크론과 델타가 슈퍼 변이(super variant)를 만들어내지 않았으며 실험실 오염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코스트리키스 연구소장은 11일 델타크론을 검증하는 대신 GISAID에 올렸던 공개 데이터를 지웠다. 

문제는 이같은 해프닝이 키프로스 사례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셰릴 베넷 GISAID 워싱턴DC 사무소장은 "2020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 새로운 변이로 올라온 게놈이 700만 개가 넘는다"며 "델타크론 같은 사례는 특별히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 변이를 발견한 뒤 신속하게 보고를 함으로써 대유행 참사를 막았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변이가 발견되면 신속하게 보고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지만 보고된 신종 변이가 진짜로 새로운 변이가 맞는지 정확히 검증한 다음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더욱 커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베넷 사무소장은 "코로나19 관련 연구소들이 빠른 시간 내에 새 변이를 보고 해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데이터에 대해 서둘러 결론을 내리는 것은 대유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델타크론 같은 유형의 실험실 오염은 너무나도 흔한 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레미 카밀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보건과학센터 교수는 "델타 변이는 스파이크 유전자의 일부 프라이머, 즉 유전자를 발현시키기 위한 시작점에 돌연변이가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에는 이런 변이가 없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두 변이가 섞이는 오염이 일어나면 마치 두 변이가 잡종을 일으킨 것처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밀 교수는 "델타크론이 실제 발생했다면 그 유전체는 델타 변이가 가진 돌연변이 때문에 일부 유전자가 발현하는 것이 제한적이므로 이런 증거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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