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중 9곳 "공급망 불안 지속".."대책 있다" 그중 1곳

김경진 입력 2022. 1. 23. 13:23 수정 2022. 1. 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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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원자재 수입 기업 10곳 중 9곳은 공급 대책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원자재 수입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최근 공급망 불안에 대한 기업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88.4%가 “올해도 지난해 같은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거나 더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황이 완화할 것으로 내다보는 기업은 11.6%에 그쳤다. 하지만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고 답한 기업은 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울산신항에 접안한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뉴스1]

공급망 불안 원인은 “코로나 19 지속”


설문에 참여한 기업은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거나 악화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로 “코로나 19 지속”(57%)을 꼽았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해외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면서 공급망에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미·중 패권 경쟁”(23.3%)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우리 교역의 40%가 미·중에 집중된 상황에서 두 나라의 ‘공급망 줄 세우기’ 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12.4%)도 불안 요소로 꼽혔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분출하면서 원자재 쟁탈전과 물류난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급망 대책 세웠다” 응답 9.4% 불과


하지만 대책 마련에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고 응답한 기업은 9.4%에 불과했다. 대다수 기업은 “대책 없다”(53%) 내지 “검토 중”(36.1%)이라고 답했다.

상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 입장에서 원자재·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이유는 국내 조달이 어렵거나 생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수입처 다변화 등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수입 기업 300곳 조사해보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설문에 응한 기업의 67%는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실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은 생산 차질(59.2%)이나 비용 증가(40.8%)였다.

기업은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해 정부가 수급 다변화(23.9%)와 국내 조달 지원 강화(21.8%),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교적 노력 확대(17.1%)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디지털 전환과 탄소 중립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팬데믹·패권 경쟁이 겹쳐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공급망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재료 가격, 금융위기 후 최고치


한편 국제 원자재 가격마저 급등해 기업 수익에 부담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이날 “수입 물가가 전년 대비 17.7% 오르면서 기업 채산성이 크게 악화했다”고 밝혔다.
2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한경연에 따르면 수입 물가를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원재료 수입 물가의 상승률이 42.3%로 가장 높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54.6%)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이전인 5년간 평균 5.1%였던 비금융업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8%에 그쳤다. 연간 2.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특히 매출 대비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기업(2.5%포인트)이 중소기업(1.9%포인트)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국은 원유·비철금속 등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핵심 원자재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 관세 인하, 국제 물류 지원 등으로 수입 물가 상승압력을 최대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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