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양자컴퓨터 99% 신뢰도를 달성하다

박근태 기자 2022. 1. 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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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힌 3큐비트 시스템의 시각화. 네이처

흡사 네잎클로버처럼 보이는 정체모를 존재가 어두운 공간에서 빛을 내고 있다. 두 개의 빨간 작은 점(구)는 전자의 파동함수(타원)에 둘러싸인 원자핵이다. 네 개의 '잎'은 큐비트(양자컴퓨터의 정보단위) 사이의 얽힘을 나타낸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 기술이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에 도달했다며 실리콘 기반 양자컴퓨터의 ‘스핀 큐비트’ 모습을 이처럼 예술적 이미지로 표현했다. 

네이처는 19일(현지시간) 안드레아 모렐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팀을 비롯해 일본과 네덜란드 연구팀이 각각 독자적으로 개발한 실리콘 기반의 양자컴퓨터가 99%를 넘어서는 신뢰도를 확보했다며 3편의 논문을 소개했다. 

세 연구팀은 초전도, 이온덫(트랩), 실리콘 기반 퀀텀닷(양자점), 중성원자 방식의 양자컴퓨터 구현 기술 중 실리콘 기반 방식을 활용했다.

네이처는 서로 독립된 세 양자컴퓨터가 99% 이상 신뢰도를 확보한 것은 실리콘 기반 반도체칩 제조 기술을 활용해 양자컴퓨터를 실용화하는데 필요한 꼭 넘어야할 문턱을 넘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렐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리콘 기반의 3큐비트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1큐비트 연산에서 99.95%, 2큐비트 연산에서 99.37%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이는 100회 연산에서 오류가 한 번 미만으로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번 네이처 표지를 장식한 이미지는 연구팀이 활용한 얽혀있는 3큐비트 시스템을 시각화한 것이다. 

세이고 타루차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리콘 기반의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1큐비트 연산에서 99.87%, 2큐비트 연산에서 99.65%의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네이처에 이날 공개했다. 노이리 아키토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교수 연구팀은 양자점에서 1큐비트 연산은 99.84%, 2큐비트 연산은 99.51%의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모렐로 교수는 “실험 결과 연산 결과의 정확도가 99%이란 뜻은 오류가 매우 적으면 오류를 감지하고 즉시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러며 “의미 있는 계산을 처리하기에 충분한 규모와 전력을 갖춘 양자 컴퓨터를 구축할 수 있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중첩, 얽힘이라는 양자 역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연산을 수행하는 장치다. 일반 컴퓨터는 정보 기본단위로 0과 1로 표현하는 비트를 쓰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1과 0을 동시에 다량으로 처리해 ‘꿈의 컴퓨터’로도 불린다. 정보단위는 큐비트 또는 양자 비트가 쓰이는데 일반 컴퓨터의 비트는 ‘0’과 ‘1’로 정보를 표현하는 반면 큐비트는 00·01·10·11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1, 0 또는 둘 다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양자중첩은 이 가운데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인데 큐비트의 중첩을 유지하면 확률을 기반으로 계산을 실행하게 되기 때문에 복잡한 수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중첩 상태에서 오류가 나타나기 쉽고 양자 연산의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최근 연구자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모렐로 교수는 앞서 2014년 실리콘 기판에서 핵의 스핀 상태를 기반으로 하는 연산 방식이 35초까지 수명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처음 입증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칩을 만드는 방식을 활용해 실리콘에 인 원자핵 2개에 전자(이온)를 주입해 3큐비트 시스템을 제작했다. 연구진은 “전자 하나에 핵 2개가 연결돼 있으면 양자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며 “전자를 통해 핵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모든 계산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양자 연산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두 팀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 네덜란드와 일본 연구팀은 실리콘과 실리콘-게르마늄 합금의 양자점을 만들고 여러개 큐비트 처리가 가능한 2전자 큐비트 게이트를 만들었다. 두 팀 모두 자신의 시스템에서 99% 이상의 신뢰도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타루차 교수는 “이번 연구로 스핀 큐비트가 양자 제어와 성능에서 처음으로 초전도 회로와 이온 트랩 방식보다 경쟁력을 얻었다”며 “실리콘 양자 컴퓨터가 초전도 및 이온 트랩과 함께 대형 양자컴퓨터를 구현할 유력한 후보에 올랐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세 팀 모두 독립적으로 동일한 이정표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양자 컴퓨터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모렐로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구글과 IBM의 초전도 양자 컴퓨터의 정보 수명은 약 100 마이크로초에 머문다"며 “양자 세계에서 정보 수명이  35초를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영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자 오류 수정 프로토콜을 적용하려면 일반적으로 1% 미만의 오류율이 필요했다”며 “이 목표를 달성하면 유용한 계산을 수행하면서 안정적인 실리콘 양자 컴퓨터 프로세서의 설계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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