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人災] "붕괴직전 외국인 목소리..한국인 노동자 확보하라"

김도엽 기자,이상학 기자,노선웅 기자 2022. 1. 2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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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광주 아이파크·학동 붕괴..되풀이되는 사고 막으려면
"안전 미확보 불이익, 10배·100배 더 크게 만들어야"
1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이상학 기자,노선웅 기자 =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HDC) 아파트 신축 붕괴 사고가 발생한지 13일째인 23일. 붕괴 원인이 부실시공, 안전관리 소홀, 안전불감증 등에 따른 인재(人災)였다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HDC의 광주 학동 철거현장 사고가 일어난지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인명사고가 나며 HDC에 대한 불신도 치솟고 있다.

정부는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치책 등 후속조치에 들어갔으며, 정치권은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또 다른 법 제정으로 '땜질 처방'에 그칠 것이 아닌 부처에 따라 뿔뿔이 흩어져 있는 법(건설산업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을 건설산업 특성에 맞게 하나의 강력한 법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특성상 최소한의 통역사 배치 문제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제도 없어서 사고 발생하는 거 아냐…'초강력 법'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법·제도의 부재로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국토부, 고용노동부,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 뿔뿔이 흩어진 '건설 관련 안전 법 조항'을 한 곳으로 모으고, 주무부처도 국토부로 지정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산재된 법 조항으로 인해 현장에선 혼란이 발생하고, 책임 주체는 불명확해진다는 지적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단 교수는 2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법이 없어서 사고가 나는 것이 아니라, 안 지켜서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건축법, 건축물관리법 등에 건설현장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 다 찢어져 있는데 이를 일원화시켜 강력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사고가 나니 노동부는 노동부대로, 국토부는 국토부대로, 광주시는 광주시대로 조사 중이듯이, 사고 발생 전에도 여러 부처의 점검을 다 받는데 실제 건설현장에 가보면 본인의 역할조차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하나의 법 안에 인허가 기관·발주자·시공사·감리·협력업체·근로자의 역할·책임을 부여해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모든 건설관련 법들을 논의 중인 '건안법'으로 모으는 방식으로 제대로 집행하게끔 해야 하는데, 현재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만 양산하고 있어 규제만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모아진 '건설안전품질특별법(가칭)'상에선 실제로 안전을 확보해 들어가는 비용보다 확보하지 않아서 받게 될 불이익을 10배, 100배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상에서 형사 책임 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바지사장' 문제가 지적되듯이, 처벌회피론을 넘어선 강력한 조항이 없으면 또다시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현장소장, 감리 등 한두명 구속시켜 형사처벌하는 식의 마무리로는 고질적인 건설업계의 패단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금은 '기술이 경영이 예속돼 있다'"라며 "현장소장, 공사부장~대리 등 현장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아님에도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 환경이 형성돼 있다. 대표적으로 공기(공사기간)를 단축해야 하고 공사비를 낮춰야 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도 그럴 상황이 안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2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 수습당국이 기울어진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해당 공사 현장 201동 건물이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 1명은 숨진 채 수습됐고, 나머지 5명은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2022.1.2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책임자 명확히 해야…필요하다면 공무원에 사법권 부여도"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설기술진흥법, 건축물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이런 법들에 대해 가장 전문적인 곳이 국토부고, 중수본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라며 "국토부나 고용노동부는 현 상황의 책임에서 대부분 빠져있는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필요하다면 인허가 담당 공무원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담당 공무원이 불법하도급·비리 등을 인지해도 경찰에 다시 고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건설분야에 덜 전문적인 수사당국보다, 전문 공무원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감리하는 사람들도 결국 하청받아 하는데, 건설사와 설계사의 눈치를 보는 구조면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라며 "권한만 있고 책임을 지지 않는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공무원이 고발해도 상대적으로 전문가가 적은 수사당국에는 사건이 홀딩만되다 무혐의 처리되는 것이 많다"라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인허가 담당 지자체 공무원에 사법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사 현장 급격한 변화…"최소한의 한국인 노동자 배치해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근로자보다 외국인 근로자가 더 많은 현재의 현장 상황을 반영한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 장치도 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노동자들의 고령화, 외국인 노동자의 급증 등 옛날에 비해 상환전파가 안되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안형준 전 건국대학교 건축대학장은 "건설현장의 노동자들 대부분이 외국인들이 휩쓸어 한국사람이 끼어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크레인 붕괴사고를 예를 들면 운전자는 한국사람이지만 신호수는 중국인이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리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학장은 법적으로 같은 공사 현장 내 의사소통을 위해선 한국인 근로자들은 최소 얼마 이상은 반드시 투입해야 한다는 조항을 법에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학장은 "사고 영상을 보면 붕괴직전 한국말이 아닌 외국인의 목소리가 나온다"라며 "같은 공정 내 의사소통을 위해 한국인 근로자들은 최소 얼마 이상 반드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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