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상장 첫날 '따상' 가나..주가 향방은
국내 대형주 수급 '블랙홀' 예상..환불금 시장 복귀 여부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기관 수요예측에 이어 일반 청약까지 역대급 흥행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장 후 주가 향방에 쏠리고 있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유통 물량이 극히 적고 수요가 높은 점을 들어 상장 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유통 가능한 물량 10% 미만…'따상' 갈까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27일 상장 당일 유통 가능한 물량은 8.85%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21일 공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상장 주식 수 2억3천400만주 중 최대주주인 LG화학이 1억9천150만주(81.84%), 우리사주조합이 815만4천518주(3.4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의무확약물량(1천362만9천28주·58.3%)을 제외하면 상장일 거래될 수 있는 주식은 2천71만6천454주로 전체 8.85%이다.
이는 작년 기업공개(IPO) 대형주인 카카오뱅크(22.6%), SKIET(15.04%), SK바이오사이언스(11.63%) 등과 비교해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보통 상장일 유통 가능한 물량이 적으면 시중에 매물이 대거 나오지 않아 주가 상승에 유리하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출회 가능한 물량의 대부분이 균등배정 1~2주, 혹은 10억원 미만 증거금으로 50주 미만의 주식을 획득한 개인 물량"이라며 "개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물량 잠금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의 수요는 견조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후 코스피200,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이 예상되는데, 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는 당장 2월부터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들 지수에 편입됐을 때 예상되는 패시브 유입 자금은 1조∼1조5천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상장 첫날 '따상'(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 가능성이 제기된다.
따상에 성공하면 주가는 공모가(30만원)의 160%인 최고 78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
개인 투자자는 1주당 48만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182조5천억원이 돼 SK하이닉스(86조6천억원)를 제치고 삼성전자(451조3천억원)에 이어 코스피 2위가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따상에 성공하면 LG그룹은 시가총액 131조4천억원으로 SK그룹(194조8천억원)을 제치고 삼성그룹(705조1천억원)에 이어 그룹 시총 2위가 될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주가가 따상까지 못가더라도 100%가량 상승할 여력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 카카오뱅크 등 IPO 대형주의 공모가 대비 상장 당일 종가 상승률 평균(78%)보다는 더 오른다는 것이다.
주가는 상장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2월 말이 돼서야 펀더멘털(기초여건)에 기반해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경수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초에는 주가가 수급 이벤트에 영향을 받겠지만 점차 펀더멘털 및 적정 밸류에이션(평가가치)과 같이 갈 것"이라면서 "상장 후 약 한 달인 2월 말에는 버블 효과에서 벗어나 애널리스트 목표주가와 주가가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은 100조∼120조원 수준으로 제시된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코스피에 끼칠 영향은
역대급 IPO 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단기간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가(30만원) 기준만으로 코스피 3위이고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다.
만약 따상을 달성해 시가총액이 182조원가량으로 오르면 코스피 내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7%로 올라선다.
이에 따라 나머지 대형주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하락하고, 기존 종목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을 100조원으로 가정할 때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은 1.06%포인트, SK하이닉스 비중은 0.21%포인트 감소할 것"이라며 "상장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물량확보 경쟁이 더욱 심해지면서 여타 대형주에서 대규모 매도가 출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청약 이후 남은 개인들의 대기자금이 증시 하방을 지지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증거금은 역대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인 114조원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21일 환불됐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 단위 IPO(SK바이오사이언스 등 6개사) 공모 후 청약금이 환불되는 납입일이 지나면 개인투자자는 주식시장으로 돌아와 순매수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청약금 환불 이후 주가지수의 흐름에 뚜렷이 반복되는 오르내림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가 변동성 확대를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급 여건을 고려했을 때 단기 주가 급등세가 펼쳐지며 다른 대형주,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업황 펀더멘털, 실적 전망과 무관하게 하락하는 종목이 나타나면 매수 기회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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