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 보니 '후분양제' 주목.."불법하도급·감리문제 더 시급"

박종홍 기자 2022. 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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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높일 수 있지만 직접적 원인 해결해야"
"공급 물량 줄어 시장 불안 가속".."분양가 급등" 문제도
17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현장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후분양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입주 시기에 맞춰 공사기간을 줄이려는 관행을 막고 주택 품질도 확인한 후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 도입으로 품질을 일정 수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히려 안전확보를 위해서는 불법 하도급 방지나 감리 제도 개선 등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아파트 '공기단축' 의혹에 "공정 확인 후 분양"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HDC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의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후분양제가 주목받고 있다.

해당 사고의 원인으로는 현재 콘크리트 양생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콘크리트가 잘 굳지 않는 겨울철에는 수분을 제거할 수 있도록 보온 작업을 해야 하지만 이같은 과정이 미흡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HDC 현산 측의 부인에도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이 참사를 불렀을 것이란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공기 단축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현장 관계자의 증언이나 작업 일지도 나오고 있다. 공정률이 60% 이상 진행된 이후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후분양제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전문가들도 후분양제 도입이 주택의 안전성과 품질을 제고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후분양제의 장점은 사업주나 시공사가 설계에 따라 제대로 건설하면 입주 예정자들이 다 지은 걸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건설 안전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오희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안전위원장도 "선분양제 하에서는 아파트가 제대로 지어졌는지 검증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아파트가 준공된 이후 제대로 지어졌는지 검증한 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사고 수습당국이 기울어진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2.1.21/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시장불안·분양가 상승 우려…"불법하도급·감리 문제 더 시급"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분양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뒤 초창기에 추진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정책 발표를 통해 "2022년까지 공공분양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고, 민간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해 후분양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한 이후 오히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했고 '선선분양'으로 평가받는 사전청약 제도까지 도입했다. 이 때문에 후분양제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 부호가 뒤따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후분양제는 소비자가 안전한 주택을 구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주택 공급 측면에서는 준공 전까지는 공급 물량이 없어지는 만큼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분양제로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주택 매매 필요성이 적어지지만 후분양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매매시장에 수요자로 남게 되고 집값 상승도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건설사가 수분양자의 중도금 대신 은행 대출을 통해 사업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만큼 대출 이자가 발생하는 만큼 후분양제 도입이 분양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권대중 교수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분양가는 당연히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안형준 학장은 "자금 조달 문제로 대형 건설사들만 주택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각각 설명했다.

건설 안전을 위해서도 후분양제보다 우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오희택 위원장은 "사고 원인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감리 문제와 불법 하도급 문제"라며 "시공사가 아닌 인허가권자가 감리를 선임하고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실제 아파트 하자는 대부분 마감공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며 "광주 아파트 사고처럼 주요 구조부 문제를 후분양제를 통해 재발방지하겠다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1096pag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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