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에게 주어진 마지막 미션 '세계랭킹 1위를 넘어라!'[베이징 오!쎈 시선]
[OSEN=노진주 기자] 부상과 ‘심석희(25, 서울시청) 사태’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최민정(24, 성남시청)이 금빛 레이스를 목표로 스케이트화를 꽉 동여맨다. 내달 4일 닻을 올리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으로 향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 20일 베이징으로 향할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최민정은 이유빈(21, 연세대), 김아랑(26, 고양시청), 서휘민(20, 고려대), 박지윤(23, 한국체대)과 함께 올림픽에 출전한다.
각종 악재를 딛고 최민정은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그는 4년 전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1500m, 3000m 계주에서 '2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쇼트트랙 여제’ 수식어를 꾸준히 달아온 최민정은 베이징 무대를 앞두고 부상과 마주했다. 여기에 평창올림픽 때 심석희의 '욕설 및 비하' 표적이 된 것이 지난해 10월 뒤늦게 알려져 마음고생까지 심하게 했다. 다행히 이젠 과거가 됐다. 정신을 잘 추스르고, 올림픽 ‘호성적’ 목표를 확실히 했다.
▲ 다시 웃은 최민정 “올림픽 잘 준비하고 있어요”
최민정은 최근 반년을 지옥 같은 시간으로 보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1차 월드컵 대회 때 1500m·500m 결승에서 다른 선수와 충돌해 발목과 무릎 부상을 입었다. 슬럼프로 이어졌다. 2차 대회를 건너뛸 수밖에 없었다.
좋지 않은 일은 한 데 겹쳤다. 심석희와의 불미스러운 일까지 더해지면서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최민정은 다시 일어났다. 그는 지난달 막을 내린 4차 월드컵 10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지난 5일 올림픽을 30일 앞두고는 “계획대로 잘 준비하고 있다”며 “월드컵 끝나고 올림픽까지 부상 회복 기간은 충분하다”며 베이징으로 가는 과정에 더이상의 걱정은 없다고 했다.
최민정 앞에 놓인 마지막 장애물은 ‘부담감’이다.
여자 대표팀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던 심석희가 ‘동료 비하 및 욕설 파문’에 따른 2개월 자격 정지 징계로 이번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심석희는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한, 세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그의 부재는 한국 대표팀의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이는 최민정이 그만큼 더 잘해야 하는 것으로 읽힌다. ‘에이스’ 무게를 홀로 더 떠안고 있는 최민정이 부담감을 실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최민정은 이런 분위기를 좋은 성적으로 뒤집겠단 각오다. 그는 “최근 한국 쇼트트랙이 부진하다는 말이 많이 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역시 대한민국은 쇼트트랙’이란 말을 들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산 넘어 산… 최민정의 마지막 임무 ‘세계랭킹 1위’를 넘어라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 네덜란드 선수인 수잔 슐팅(25) '경계령'이 떨어졌다. 최민정이 주춤하는 사이 세계 쇼트트랙 무대는 슐팅(25)에게 점령당했다.
최근 4차례 월드컵에서 개인전 금메달 5개를 획득한 슐팅은 현재 쇼트트랙 세계랭킹 1위다.
더불어 올 시즌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 종합 우승 주인공이다. 베이징 올림픽 개인전에 나서는 최민정의 강력한 경쟁자다. 냉정히 이번 3차 월드컵 4관왕(개인전 500·1000·1500m, 여자 3000m 계주)에 오른 슐팅이 최민정보다 더 나은 기량을 가지고 있단 평가가 우세하다.
슐팅은 좋은 피지컬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하면 최민정의 체구는 작다. 하지만 순간 치고 올라가는 최민정의 스피드는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웃코스로 상대를 제치는 기술은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같은 국적이지만 금메달을 놓고는 치열한 싸움을 펼쳤던 심석희는 이제 더는 올림픽에서 최민정의 경쟁자가 아니다. 하지만 더 강한 상대가 개인전에서 기다리고 있다.
최민정은 슐팅을 신경 쓰기보다는 본인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단 생각이다. 그는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면서 “슐팅 뿐만 아니라 누가 금메달을 딴다고 장담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다. 그 기회를 잘 잡은 게 중요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2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는 최민정이다. 대한체육회는 빙상장 안팎의 요인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목표 금메달 수를 1~2개로 낮게 잡았다. 최민정은 예상 이상의 성적을 거둬 배의 기쁨을 누리겠단 의지다. 최민정이 금메달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확실히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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