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허연의 아포리즘]
묻지 마라, 우리가 언제까지 살지
바빌론의 점성술사에게 묻지 말라.
주피터가 겨울을 몇 번 더 내주든 말든
튀레눔 바다를 막아선 이번 겨울이 끝이든 아니든
현명하게 살아라. 오늘 포도주를 내려라.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내지 마라.
말하는 사이에도 우리를 시샘하는
세월은 흘러간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 호라티우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새로 부임한 키팅 선생은 규율과 전통, 주입식 교육에 짓눌려 있던 명문 기숙학교 학생들에게 외친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오늘을 잡아라… 오늘을 살아라. '카르페 디엠'이란 소리가 들리지 않니?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시간이 있을 때 장미 꽃봉오리를 즐겨라."
'카르페 디엠'은 라틴어인데 우리말로는 '오늘(현재)을 즐겨라'쯤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영어로는 'Seize the day'다. 이 말을 최초로 유행시킨 장본인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다.
어쨌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에게도 '카르페 디엠'은 즐겨 쓰는 말로 자리잡았다.
불로그나 트윗, 혹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문패글로 가장 흔히 쓰이는 말 중 하나가 '카르페 디엠'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가 오늘을 즐기면서 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얼나마 즐기면서 살고 싶으면 '문패글'을 카르페 디엠이라고 써 놓았겠는가. 오늘을 즐기는 일.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로마시대에도 미래는 늘 두려운 대상이었을 것이다. 아마 사람들은 앞다투어 점성술사를 찾아갔을 것이다. 점성술사를 찾아간 이유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별고 없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오래 살려면 뭘 조심해야하는지, 뭐 이런 것들을 물었을 것이다. 에피쿠로스 학파에 속했던 호라티우스는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이 시를 썼을 것이다.
이해가 간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부식시키는 건 인간들의 오랜 작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이런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낭비했던 것'.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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