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좀비가 나타났다".. 예고편만 떴을 뿐인데 조회 1040만
“K-좀비는 단순히 괴물 느낌이 아니에요. 조금 전까지 우리 이웃, 내 동료였던, 같은 인간이라는 느낌을 많이 주는게 특징이죠.”
1000만 관객 영화 ‘부산행’(2016)으로 마니아들의 서브컬처였던 좀비물을 주류로 끌어올린 연상호 감독은 2020년 그 속편 ‘반도’ 제작 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킹덤’ 시리즈와 영화 ‘#살아있다’, 넓게는 ‘스위트홈’까지 포함해 한국산 좀비·크리처물의 가장 큰 차별점이 거기 있다. 서양 좀비는 대개 나와 아무 상관이 없으며 생존을 위해 무자비하게 처치해야 하는 적의 무리이고, 주인공들이 관계를 맺으며 액션으로 돌파해가는 스토리다. 하지만 ‘킹덤’에선 폭정과 기근에 시달리던 불쌍한 백성들이 좀비가 되고, ‘스위트홈’에선 취업도 연애도 내집 마련도 힘들긴 마찬가지인 이웃집 젊은이들부터 괴물로 변한다. 28일 공개될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순식간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며 친구들이 좀비가 된 지옥도, 학교를 비춘다.
◇”좀비가 왜 학교에 나와, 영화에 나와야지!”
‘지금 우리 학교는’의 예고편은 14일 공개 뒤 1주일이 안 돼 700만명 넘게 봤고, 지금은 조회수가 1040만명이 넘었다. 예고편 속 학생들은 “좀비가 왜 학교에 나와, 영화에 나와야지!”하고 절규한다.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과학실, 쥐에게 물린 첫 감염자, 급속히 좀비로 변해 가는 아이들과 아비규환으로 변한 학교의 모습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바이러스의 원인과 연관된 과학 교사는 경찰 진술에서 말한다. “인간으로 죽느니 괴물이 되어서라도 살아남으라고…. 다 죽을거야. 희망 같은 거 갖지 마요.”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시절이고 또 여전히 그렇지만, 양극화와 극심한 경쟁 같은 사회 문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은 친구인 동시에 경쟁자이고, 소수점 차이로 등수 따라 세워지는 줄에서 앞으로 나가려면 친구들을 밀어내야 한다. 대개의 좀비물이 그렇듯 이 시리즈 역시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도 다양할 것이다. 욕설, 자살, 흡연, 신체 절단 등 높은 수위의 표현이 포함돼 배경이 학교인데도 청소년 관람불가.
원작은 2009년 포털사이트에 연재됐던 동명 웹툰. 당시에도 게재 요일마다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이재규 연출은 공중파 TV 에서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 히트작 드라마, 사극 ‘역린’과 심리극 ‘완벽한 타인’같은 영화를 연출해왔다.
◇K좀비 흥행 비결, 시대를 반영하는 상상력
가족, 연인, 혹은 친한 이웃이 괴물이 돼 나를 쫓아온다. ‘부산행’ ‘킹덤’ ‘스위트홈’ 등으로 이어지며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한국 크리처·좀비물 이야기에는 극한의 공포와 슬픔이 녹아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의 문제를 반영하고 반추하는 상상력도 뛰어나다. 현빈·장동건 주연의 좀비물 ‘창궐’에서는 외세의 침탈에 시달리는 조선에 독일의 총포 상인이 처음 좀비 역병을 퍼뜨린다. 드라마 ‘킹덤’ ‘부산행’이 칸영화제에 진출했을 때는 좀비물의 골격 안에 극심한 양극화 같은 사회적 이슈를 다뤄낸 솜씨가 평론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좀비로 가득찬 아파트 단지에 고립된 청년 이야기 ‘#살아있다’는 코로나 시대 단절된 관계와 고립된 개인의 문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마음과 공명했다.
외신들은 한국 좀비물에서 미국 팝컬처의 흔적을 찾아내기도 한다. ‘부산행’ 연상호 감독은 조지 로메로의 작품들과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같은 영화를, ‘킹덤’ 김은희 작가는 영화 ‘새벽의 저주’,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 ‘붉은 죽음의 가면’ 등을 영향 받은 작품으로 꼽는다. 한국 좀비물의 갑작스런 흥행을 그 바탕에 깔린 미국 대중문화의 힘에서 찾으려는 시도인 동시에, 점점 더 많은 서구 시청자들이 한국 영화·드라마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이유를 일부 설명하는 분석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K좀비 흥행 불패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 28일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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