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좋소> 팀 인터뷰.."'직장인 빙의', 이걸로 꽉 막힌 속 뚫어줬어요"

남지은 2022. 1. 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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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기획][한겨레S] 기획 _ 화제작 '좋좋소' 시즌4팀
왓챠서 지난 18일 시즌4 시작
웹드라마로 시작한 뒤 OTT 입성
"날것 그대로 드라마 만든 게 인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드라마 <좋좋소>는 유튜브에서 방영을 시작한 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빼어난 콘텐츠를 인정받아 오티티 시장까지 사로잡은 이례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8일 왓챠에서 네번째 시즌을 오픈한 <좋좋소> 팀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팀 전체가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충범 역의 남현우는 "인터뷰 울렁증"으로 빠졌다.
<좋좋소>는 웹드라마로 시작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즌4는 왓챠에서 제작하고 방영한다. 인터뷰 울렁증으로 빠진 남현우를 제외한 <좋좋소> 팀이 처음으로 단체 인터뷰를 가졌다. 왼쪽부터 강성훈, 김태영, 진아진, 이과장(활동명), 김경민.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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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정 사장님! 안녕하세요. 와, 백 차장님이시다. 앗, 이 과장님! 어머, 이 주임님, 이 대리님~.”

아니다. 옛날 회사 사람들을 만난 게 아니다. 2021년 무역 회사에서 앱 개발 회사로 변화를 시도한 ‘정승네트워크’ 직원들이다. 지난 연말, 그들이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 초입 만남의 장소에 모였다. “이 대리는 아직 도착 안 했나?”(정필돈 사장/강성훈) “제가 전화 걸어볼게요!”(이예영 주임/진아진) “기다리는 동안 우린 담배나?”(이길 과장/이과장) 뭐지? 이 익숙한 광경은. 여기 혹시 정승네트워크인가요?

 “내 얘기 같아 소름 돋는” 드라마

정승네트워크는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 왓챠가 지난 18일 시즌4(총 12회)를 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좋좋소>(좋소좋소좋소기업)의 주요 배경인 회사 이름이다. 원래 <좋좋소>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이과장과 여행 유튜버 빠니 보틀이 지난해 1월 선보인 회당 10분 남짓 웹드라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열악한 회사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첫 회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00만회를 웃도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면접에서 노래를 시키는가 하면, 업무 시작 전에 단체 체조를 하는 등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 종사자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줬다. 실제 중소기업을 다닌 경험담을 모티브 삼아 사실감을 살리는 데 큰 몫을 한 이과장(활동명)은 “명절에 회사에서 선물을 못 받아서 직접 사서 집에 들고 간 내용 등을 비롯해 직접 겪은 사례를 많이 녹였다”며 “이전 회사 사장님과 명절엔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좋좋소>가 방영된 이후엔 연락이 없다”며 웃었다.

왓챠는 “내 얘기 같아서 소름 돋는다”는 평이 넘치는 이 프로그램에 일찌감치 주목해 시즌2와 시즌3에 공동 제작사로 참여했다. 아이디어 좋은 콘텐츠가 제작비 부족으로 사라지는 걸 막자는 의미에서다. 시즌2와 시즌3은 웹드라마 버전에 미공개 영상을 더해 왓챠에서 공개했고, 시즌4부터는 왓챠가 직접 제작하고 단독 방영한다. 시즌1로 끝낼 생각이던 빠니 보틀과 이과장도 왓챠의 도움으로 시즌을 이어왔다. 시즌4도 마찬가지다. 이과장은 “시즌3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끼리 얘기하면서 모든 배우가 다 출연하지 않으면 하지 말자 했는데, 다 하게 되어서, 어떤 면에선 왓챠에 고맙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좋좋소> 시즌4라기보다 또 다른 <좋좋소>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좋좋소> 시즌4가 특별히 관심받는 이유는 강성훈의 말처럼 ‘또 다른 시작’이 핵심이다. <좋좋소>는 규모가 다를 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콘텐츠 하나로 세계적 프로그램이 된 것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유튜브에서 개인이 만든, 눈에 띄지 않던 웹드라마가 아이디어 하나로 대중문화 화두에 오르고, 토종 오티티 대표 상품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즌4는 전과 달리 제작발표회를 열었고, 홍보대행사까지 붙었다. 창의적인 콘텐츠가 오티티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온다는 걸 일찌감치 보여줬다. 강성훈은 “<좋좋소>가 유튜버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드라마 콘텐츠로 만들어 사랑받았고, 그것이 또 큰 오티티로 넘어간 선행이라는 것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배우들은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복잡한 듯했다. <좋좋소>는 유튜브 웹드라마였기에 “우리끼리 자유롭게 토론하며” 직장 생활의 고달픈 에피소드를 만들어갔다. 왓챠의 대표 상품이 되니 ‘때깔’부터 달라졌다. 배우들 외에 모든 것이 다 바뀌었다. 시즌4는 작가가 3명이다. 백진상 차장(시즌4에서는 사장이다)을 연기하는 김경민은 “밤 신을 찍으려고 불빛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그랬는데, 이젠 예전에는 없던 조명이 생겼다. 카메라도 한대에서 세대로 늘었고, 사무실 세트도 지었다”고 말했다. 시즌1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5일간 5편을 찍었다. 시즌2·3은 부산, 이번엔 서울, 파주만 오간다. 김태영은 “한 회를 하루에 몰아서 찍었는데 이제는 세트장 장면을 몰아 찍는 등 작업 환경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좋좋소>를 만난 건 배우로서 행운이다. 어디 가서 인생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며 웃었지만, 그만큼 커진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는 듯도 했다.

왼쪽부터 이과장, 김태영, 강성훈, 진아진, 김경민.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진짜 직장인보다 더 직장인 같아

회사를 다닌 경험은 없지만, 배우들의 생활 연기가 <좋좋소>의 사실감을 더 살린다. 시즌1 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이어서 실제 직원들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연기 생활도 어떻게 보면 일부 소규모 기업에서 벌어지는 비합리적 행위와 비슷한 일을 겪는다. 김경민은 “회의는 하지만 통보받는 느낌? 극단 생활이나 연기를 하면서 비슷한 경험들은 있는데, 그런 느낌이 도움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백 차장이 부산 출장길에 운전이나 시키려고 신입 조충범을 데리고 왔는데, 그가 면허가 없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짜증 내기 시작하는 장면은 <좋좋소>의 명장면 중 하나다. 진아진은 “(자신의 배역) 예영이 같은 후배가 들어오면 되게 짜증 날 것 같다”며 "(드라마로 경험하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된 건 본업 말고 다른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토끼같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문 배우가 아닌 이과장만 유일하게 실제 중소기업을 다닌 적이 있다.

<좋좋소>는 우리가 잊고 있던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진아진은 “시즌1 촬영 때는 몰랐는데 방영 이후 사람들이 공감하는 걸 보고, 이게 진짜라고? 놀랐다"고 한다. "지금도 불합리한 일을 겪고 있다는 걸,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좋좋소>가 사회에 던져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5인 미만으로 만들려고 회사를 2개로 쪼개는 것 등 갖가지 꼼수가 등장한다. 물론 소규모 기업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댓글을 보면 달라진 사회도 읽힌다. <좋좋소>에서는 일 잘하는 김지훈 과장이 사장 뒷말을 하다가 회사에서 잘리고, 백 차장 역시 사장과 특정 프로젝트를 두고 생각이 달라 회사를 나간다. 댓글에는 돈을 빼돌려 주머니 채운 것도 아닌데, 일 잘하는 두 사람을 굳이 내보내느냐, 중소기업에서는 착하지만 업무능력이 적당한 이 과장보다, 성격은 좀 그래도 일 잘 따내 오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에 놀란 강성훈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시청자들이 날카로운 것 같다”며 “사회가 점점 개인주의화되면서 내 할 일 딱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 그런 생각의 연장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간접적으로 겪은 사회경험에 ‘뜨악’했지만, 그 경험으로 채워진 <좋좋소>는 이들에게 좋은 성과를 안겨줬다.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생활고를 해결해줬죠. 음지에 있던 사람을 끄집어내준 작품.”(김경민) “저도 생활고?”(진아진) “다들 왜 그래. 흑흑.”(이과장) 연기 욕심을 갖게도 했다. 강성훈은 “시즌1만 하고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 다른 역할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김경민과 강성훈은 이 작품으로 소속사도 생겼다. "오늘 인터뷰 울렁증으로 불참한 남현우도 소속사가 생겼어요. 아 이렇게 편하고 즐거운 분위기인 줄 알았으면 왔을 텐데."(이과장) 김태영도 “<좋좋소>가 잘 안되더라도 계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생활고, 자신감, 연기 욕심. 이런 단어 하나하나가 듣는 이까지 흐뭇하게 하는 것은 이들 모두 실력에 견줘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성훈은 2011년 데뷔해 <그들이 사는 세상> <쾌도 홍길동> 등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고, 김경민도 1998년부터 연기를 시작해 연극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다. 기본부터 차곡차곡 쌓인 연기력이 회사에서 꼭 있을 법한 6명을 내세워 시청자들이 적어도 출연자 한명한테는 반드시 감정이입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왓챠 제공

 팍팍한 삶, 위로를 건네는 드라마

시즌4는 지난 10월 초에 촬영을 끝냈다. 정승에서 나와 회사를 차린 백 사장과 정 사장, 두 회사의 팽팽한 대결이 이야기의 축이다. 시즌3 마지막 촬영 날 남현우를 시작으로 배우들은 울음보가 터졌다. 이과장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너무 컸다”고 했다. 시즌4를 결심한 것이 어쩌면 더 부담일 수도 있다. 시즌4 제안을 받고 모두들 “내가 안해서 시즌4를 못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어떡하나”(김태영), “시즌4가 그동안 고생하며 남긴 시즌1~3에 흠집을 내면 어떡하나”(김경민) 등 온갖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즌1~3이 사랑받은 건 단순히 공감 가는 에피소드 때문만은 아니다. 이 드라마에는 내용처럼 배우들의 진심이 담겼다. 이과장은 광고가 생명인 유튜버인데도 <좋좋소>와 맞는, 중소기업 맞춤형 광고만 받았다. “1회 방영 이후 수많은 광고 제안이 들어왔지만, 콘셉트에 맞는 것만 했어요. 돈이니까 아깝긴 하죠. 그런데 돈을 생각하면 <좋좋소>가 사랑받지 못했을 거예요. 내가 너무 궁핍해서 오늘내일 죽겠다, 그랬으면 모르겠지만, 욕심 안 났어요.”(이과장)

뒷얘기를 들어보면 <좋좋소> 시즌1~3을 하면서 수억원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감을 살리려고 그걸 포기한 이들의 진심이 시청자를 울고 웃게 하며 시즌4의 문을 열었다. 팍팍하고 건조한 삶, 나와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승네트워크를 보며 위로받는 우리들. 배우들은 “<좋좋소>가 미국 드라마 <프렌즈>처럼 시청자와 함께 늙어가는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왓챠의 생각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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