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장군이 먹었던 '땅의 계란'.. 소화불량에 특효 [김셰프의 씨네퀴진]

2022. 1. 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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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의 토란
이순신 장군 평소 위염·배탈 앓아
토란 먹으며 "먹을 수 있어 좋구나"
살아남은 것의 기쁨·동료애 표현
구황작물 토란, 뮤틴 등 영양 가득
신장 튼튼히 하고 노화방지 효과
독성이 있어 사전에 준비 잘해야
영화 '명량'
명량대첩, 전투가 끝나고 토란을 한입 먹는 이순신의 대사에서 많은 애환이 느껴진다. 영화 ‘명량’에서는 거대한 스케일의 해전을 헤쳐나가는 장군 이순신 말고 인간 이순신의 감정도 엿볼 수 있다. 누구보다 냉정해야 했던 그에게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행복이 아닌 살아있다는 증명이 아니었을까.
 
# 영화 ‘명량’

영화 ‘명량’은 임진왜란 6년 후인 1597년 정유재란을 바탕으로 만든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이다. 영화 첫 장면은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의 고통 가득한 절규로 시작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내내 긴장감이 흐르는 전쟁 상황 속에 냉정함을 유지하며 외부의 적들뿐만 아니라 내부의 분열까지 떠맡아야 했던 장군 이순신과 인간 이순신에 대한 연민까지 느낄 수 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어릴 적부터 교과서에서 시작해 소설, 드라마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역사의 결말을 알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긴장감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연출력이 그만큼 훌륭하다. 이순신 장군이 고작 13척의 배로 200여척의 적함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가히 절망적이다. 어명을 어겨가면서까지 육군 도원수 권율 장군에게 배속되어야 한다는 제장들의 의견을 묵살하며 그 모든 상황을 오롯이 혼자 짊어지려 하는 것은 장군 이순신의 결정일까, 조선·백성을 생각하는 인간 이순신의 결정일까. 영화 내내 냉정 혹은 무심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이순신 장군 표정을 보고 있자면, 저 역할을 맡은 최민식 배우만의 노련함을 한번 더 느낄 수 있다.

영화는 13척의 판옥선으로 200여척의 적 함대를 무찌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영화임에 스포(스포일러) 같은 건 의미가 없다. 명량 이후의 후속작을 기대하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명량 후속작, 또는 그다음 후속작에서 이순신은 장렬하게 전사할 걸 알지만 그런 역사 또한 인정하고 기억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명량대첩 9월의 토란

1597년 9월 16일, 바로 이순신 장군이 왜 수군을 대파한 명량해전이 일어난 날이다. 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 들며 쌀쌀해지는 시기다. 바로 민족의 명절 추석 때이다. 그 추석 즈음이 바로 토란이 가장 맛있어지는 계절이다. 노을 지는 바다를 보며 ‘수봉’이 건넨 토란을 먹는 이순신, 추석이 다가오는 그때 토란을 입에 넣으며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는 이순신 장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먹을 수 있어 좋구나”라는 대사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있다. 살아 남은 것에 대한 기쁨, 또 그 토란을 함께할 수 있는 옆자리를 내줄 수 있는 동료에 대한 애환, 미래에 대한 걱정도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토란은 우리에게 익숙한 식재료였다. 감자와 고구마와 더불어 오래된 구황작물이다. 주로 추석 때쯤이 제철이었는데 지지고 볶는 기름진 음식이 많은 명절 때 함께 먹게 됐다. 토란은 소화불량뿐만 아니라 불면증에도 좋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잦은 위염과 배탈을 달고 살았다고 하는데, 그에게 토란만큼 좋은 음식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는 그에게 오는 스트레스는 토란 한 알로 해결될 수 없었겠지만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토란대 무침
# 토란
땅의 계란인 토란은 영양분이 가득한 식재료이다. 맛도 좋고 요리하기도 어렵지 않지만 독성이 있으므로 사전에 준비를 잘 해야 한다. 먼저 장갑을 끼고 깨끗한 물에 껍질을 벗겨 준다. 점액이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긴 토란은 소금물에 데쳐 사용하는데, 이때에 나오는 토란의 점액질엔 뮤틴과 갈락틴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다.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맛에 대한 호불호는 확고하다. 토란은 줄기 또한 먹을 수 있다. 토란대라고 하여 나물처럼 무쳐 먹기도 하고 육개장에 넣어 먹기도 한다.
토란대 리조또
우리 집에서도 추석이면 토란국을 만들어 먹었다. 어렸을 적엔 감자와 구분이 안 가 항상 한입 베어 물고 이질적인 식감에 놀라기도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명절 모임이 사라진 그때부터 토란국도 함께 사라졌다. 할머니의 토란국은 미끈거리는 식감이 없었다. 어린 손자들이 먹기 쉽게 몇 번이고 헹구고 삶아 준비해 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토란줄기 들깨 크림 리조또

<재료>

토란 줄기 50g, 치킨 스톡 300㎖, 리조또용 쌀 100g, 새송이버섯 30g, 마늘, 생크림 15㎖, 간 그라나 파다노 치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5㎖, 소금, 들깨가루, 계란 노른자, 버터

<만들기>

① 팬에 버터를 두르고 다진 토란 줄기와 마늘 버섯을 볶는다. ② 소금 간을 해준 후 향이 올라오면 치킨 스톡을 넣고 한번 더 끓인다. ③ 리조또 쌀을 넣고 끓인 후 생크림과 그라나 파다노 치즈 가루를 넣고 농도와 맛을 낸다. ④ 들깨가루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버무려준 후 접시에 담고 노른자를 올려 마무리한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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