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바람이 분다, 돈바람이 분다 [라제기의 슛 &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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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CJ ENM은 지난해 영화사 4곳을 인수했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사 지분 51%를 CJ ENM에 넘겼다면, 약 250억 원가량의 거금을 만지게 됐을 것이다.
여기에 1,000만 영화를 만든 유명 감독의 영화사가 최근 CJ ENM의 인수 대열에 추가 합류했다고도 한다.
영화사들은 지분을 인수한 회사에 내보일 실적이 필요했고, 날림 영화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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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CJ ENM은 지난해 영화사 4곳을 인수했다. 박찬욱 감독이 설립한 모호필름을 비롯해 김용화 감독의 블라드스튜디오, 강제규·김현석·이병헌·조의석 감독이 공동 설립한 엠메이커스, 맹주공 감독이 만든 밀리언볼트의 지분을 각각 50% 이상 사들였다.
영화계에 따르면 CJ ENM이 각 영화사들에 매긴 가치는 500억 원 안팎이라고 한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사 지분 51%를 CJ ENM에 넘겼다면, 약 250억 원가량의 거금을 만지게 됐을 것이다. 여기에 1,000만 영화를 만든 유명 감독의 영화사가 최근 CJ ENM의 인수 대열에 추가 합류했다고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극장은 곡소리를 내는 상황에서도 충무로에 돈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CJ ENM은 영화와 예능을 전문으로 하는 거대 제작사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수한 영화사들을 이 제작사 아래 둘 계획이다. 박찬욱·김용화·강제규 감독 등 인지도와 지명도 높은 영화인들을 한곳에 모아 제작 역량을 강화하려는 목적에서다. 나영석 PD 역시 이 제작사에 합류할 예정이다.
돈 바람은 2019년부터 불기 시작했다. 공룡 IT회사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면서다. 카카오M은 사나이픽쳐스와 월광 지분 81%와 41%를 각각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카카오M에 맞불을 지른 곳은 종합편성채널(종편) JTBC의 관계사 제이콘텐트리다. 비에이엔터테인먼트를 312억 원에, 퍼펙트스톰필름을 170억 원에, 필름몬스터를 200억 원에 각각 사들였다. CJ ENM까지 뛰어들면서 영화사들 몸값이 오르는 형국이다. '쩐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요즘 영화계에선 "신흥 부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들이 한국에서 콘텐츠 확보 전쟁을 펼치면서 돈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영화계 머니 게임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우회상장 바람이 불며 돈이 밀물처럼 영화계로 몰려들어왔다. 영화산업이 부흥하자 IT회사나 제조업체들이 영화사들과 손을 잡으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흥행 영화를 만든 영화사들을 간판 삼아 투자자를 모으거나 주가 상승을 노렸다. 2000년대 후반엔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이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영화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영화사 지분을 팔아 돈방석에 앉은 영화인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돈 바람의 후유증은 컸다. 영화사들은 지분을 인수한 회사에 내보일 실적이 필요했고, 날림 영화들이 쏟아졌다. 영화 완성도가 떨어지자 관객들은 지갑을 닫았고, 영화계는 2000년대 후반 불황을 겪기도 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머니 게임은 양상이 다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회사들이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 지갑을 열고 있어서다. 콘텐츠 생산 관리가 가능한 회사들이기에 후유증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히 있다. 어느 유명 감독은 막대한 돈이 유입된 이후를 걱정했다. 재능 있는 감독과 작가, 스태프는 한정돼 있는데 작업 물량이 한꺼번에 폭증하면 영화든 드라마든 전반적인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화계에 부자가 늘어나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머니 게임 이후가 더 중요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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