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스캔들에 흔들리는 테슬라·리비안·MS.. 실리콘밸리 고질병이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2. 1. 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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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달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과 LA 서비스 센터에서 일한 전·현직 여성 직원 6명은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 카운티 고등법원에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내 성폭력 때문이다. 작년 11월 테슬라 직원 제시카 버라자가 오클랜드 법원에 테슬라 내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낸지 한달 만에 똑같은 사건이 재발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여성들은 테슬라를 다니며 동료와 상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남자 직원들이 그들의 몸과 옷에 대해 자주 언급했고, 그들에게 휘파람을 불면서 음담패설을 쏟아냈다”고 했다. 이들은 이러한 사내 성폭력 사실을 회사에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한 소송 당사자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윗에 성관계나 마약을 언급하는 글을 올리면 늘상 테슬라 직원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며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사내 성희롱 문화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미국 테크 기업들이 사내 성폭력·성차별로 인해 내홍을 겪고 있다. 남성 중심 문화의 테크 기업들의 사내 성폭력·성차별 문제는 수시로 불거지는 고질적 문제다. 많은 테크 기업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쏟아붓지만 여전히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테크 기업들에서 심심치 않게 성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본사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이스X·리비안 등에서도 성추행·성차별 문제 발생

지난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미국의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작년 7월 이후 사내 성차별에 연루된 직원 37명을 해고하고 44명을 징계했다고 보도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내 사내 성폭력과 성차별이 만연했다는 것이다. 작년 7월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주택국은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사내 성희롱을 방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직원들의 사내 성폭력 관련 신고 700여건이 추가로 접수됐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사내 성폭력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빌게이츠가 CEO로 일할 때 직원들을 성희롱하고 직원들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실태조사는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법률 전문기업인 아렌드 폭스에 대행을 맡겼다.

성추행·성차별 문제는 한 두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가장 뜨고 있는 이머징 기업들에서도 성추행·성차별·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작년 12월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서도 직원 5명이 사내 성차별 문제에 대해 소송을 걸었다. 인턴 출신 엔지니어 애슐리 코삭은 2017년과 2018년 2차례에 걸쳐 남성 동료에게 성추행을 당해 회사에 신고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 숙소에서 남자 동기가 설거지하던 자신의 엉덩이를 뒤에서 움켜쥐었다”고 했다.

제프 베조스의 민간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 셰퍼드’ 발사 장면. /블루오리진

작년 9월 제프 베이조스의 민간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에서도 전·현직 직원 21명이 사내 성희롱을 폭로했고, 11월에는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리비안에서 영업 및 마케팅 부사장으로 일했던 로라 슈와브가 “직장 내 회의에서 반복적으로 소외되는 등 성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작년 12월 사내 성차별 관련 소송에서 1억달러(1184억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뿐만 아니다. 미 테크 업계에서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 간의 임금 격차가 있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영국의 컨설팅 업체 스몰비즈니스프라이스에 따르면, 2020년 구글의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은 12만달러지만, 여성 직원 평균 연봉은 10만9000달러로 집계됐다. 애플의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은 12만1000달러였고, 여성 직원 평균 연봉은 10만9000달러였다. 여성 직원이 9% 정도 적게 받는 것이다.

/우멘후테크

◇마초적인 테크 업계…수년째 노력에도 안 바뀌어

테크 기업에서 성폭력과 성차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조직 자체가 남성 엔지니어 중심이기 때문이다. 구글·페이스북·애플 등 주요 기업의 고위 임원은 대부분 남성이고, 임직원 전체에서 여성 비율도 30% 정도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의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면서 “우주항공산업은 남성 8명에 여성이 1명꼴인 남초 업계”라며 “업계에 막 진입한 여성들이 각종 성차별과 성희롱·성추행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급성장하는 테크 기업들은 사업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대개 남성 창업자와 CEO, 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점이 여성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빠른 결정이 필요한 성장 테크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권자인 창업자와 CEO, 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라며 “여성 직원들이 엔지니어 분야에서 일하는 비율이 적고, 사내에서도 여성들의 의견은 존중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테크 기업 여성 창업자들도 수시로 성희롱을 경험한다. 여성 창업자 지원을 위한 비영리조직인 우멘후테크가 2020년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창업자의 41%는 사업을 하며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중 65%는 성관계 제안을 받았다고 했고, 59%는 원치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답했다.

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고치기 위해 수년째 여성 인력 채용을 늘리고 성평등 젠더 이슈에 관심을 쏟는다. 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비벡 와드와 카네기멜런대 석좌교수는 “오랫동안 테크 기업 내 여성 직원들은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성추행을 당했다”며 “테크 기업들이 이를 해결하겠다고 노력하지만 충분치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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