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추경 의결됐지만 "부족하다"는 정치권.. 추경 증액 논란 [세종PICK]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통해 이번 추경이 예외적인 상황 때문에 편성됐다고 강조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등 예상치 못한 방역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추경을 편성하게 됐고, 추경규모도 경제상황 및 각종 변수를 감안해 신중하게 정했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추경규모와 추경 내용을 결정함에 있어 어려운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지원 소요, 그리고 더 들어오게 될 초과세수의 수준, 그리고 약 608조 원에 이르는 금년 본예산의 집행상황, 그리고 1월 연초 추경에 일단 적자국채로 조달해야 하는 여건, 그리고 추경에 따른 물가·국채시장 등 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 등을 종합 감안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규모 및 추경내용에 대해 최대한 존중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연초에 이례적으로 하는 ‘원포인트’ 추경이라는 관점에서 정부가 제출할 추경 규모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추경 증액에 선을 긋고 있는 건 재정 건전성 악화 및 통화당국과의 정책 엇박자 논란, 국채금리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화당국과의 정책 엇박자 논란도 부담이다. 현재 한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발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당국의 추경은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기재부는 일단 이번 추경의 경우, 대부분이 자영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 성격이기 때문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경 규모가 여기서 더 늘어나 시중에 유동성 확대로 이어질 경우 물가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기재부는 판단하고 있다.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이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채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빚을 많이 낸 자영업자 등에게 큰 부담이 된다. 이를 의식한 듯,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최근 “국고채 추가 발행분은 국채시장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기별로 균등 배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정치권의 추경 증액 요구가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자영업자를 의식한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정부에 추경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민의힘이 제안한 35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논의하자”며 대선 후보 긴급회동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역시 신년 추경 증액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정부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은 향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정부 동의 없이 추경 증액은 불가능하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정치권 압박에 맞서 기존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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