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개, 산길도 척척.. 1068m 정상 사람보다 먼저 올랐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1. 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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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해발 1068m 산을 등산하는 데 성공한 네 발 로봇 애니말. 주변 환경에 대한 시각정보를 발에 닿는 촉감정보와 결합해 지형에 맞게 이동할 수 있었다./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네 발 달린 로봇개가 혼자 힘으로 1000m가 넘는 산을 사람보다 먼저 올랐다. 인공지능(AI)으로 주변 환경과 발에 닿는 촉감을 분석해 다양한 지형에 맞게 이동한 결과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의 마르코 후터 교수 연구진은 “AI의 심층 강화 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족(四足) 보행 로봇 ‘애니말(ANYmal)’이 해발 1068m 에첼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고 지난 1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밝혔다.

◇시각과 촉각 정보를 AI로 통합 해석

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가파른 계단과 자갈길, 눈밭, 미끄러운 풀밭과 나무뿌리가 드러난 숲 등 다양한 지형으로 이뤄졌다. 애니말은 해발 948m 지점에서 출발해 한 번도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31분 만에 정상까지 올라갔다. 이는 일반 등산객보다 4분 빠른 속도이다.

연구진은 이번 등반은 새로운 로봇 제어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후터 교수는 “로봇은 카메라로 포착한 주변 환경의 시각 정보를 발에 닿는 촉감과 결합해 학습했다”며 “이를 통해 험난한 길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의 로봇개 애니말이 1068m 에첼산을 오르면서 만난 다양한 지형들. 사람 도움 없이 한 번도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산정상까지 올랐다./Science Robotics

사람이나 동물은 험한 길을 갈 때 주변 환경에 대한 시각 정보와 함께 자신의 다리나 팔이 느끼는 고유 감각을 자동으로 결합한다. 이를 통해 잘 보이지 않는 미끄럽고 무른 땅도 확신을 갖고 지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 로봇개는 이런 일을 하기 힘들었다.

로봇개는 레이저와 카메라로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데 키가 큰 풀이나 얕은 웅덩이, 눈이 쌓인 곳을 만나면 정보가 부족해 로봇이 쉽게 지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보이지 않고 넘을 수 없는 장애물로 인식된다. 흙먼지가 일거나 안개가 끼어도 로봇의 시야는 불투명해진다.

연구진은 로봇이 외부 환경과 자신을 인식한 정보를 처음으로 통합하도록 했다. 또 로봇은 등반에 나서기 전에 실험실에서 다양한 장애물을 극복하는 가상훈련을 거쳤다. 후터 교수는 “로봇은 가상훈련을 통해 처음 가보는 험난한 자연 지형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애니말은 사람이나 다른 로봇이 갈 수 없는 어떤 위험한 곳이라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진, 원전 사고, 산불 현장서 활약 기대

네 발 로봇은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2005년 처음 개발했다. 이 회사는 2019년 9월부터 임대 형식으로 로봇개 ‘스폿’을 시판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가기 어려운 건설·토목 현장을 점검하는 데 가장 먼저 활용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0년 현대차에 인수됐으며, 코로나 대유행 이후 거리두기 안내나 원격 진단에도 활용됐다. 최근에는 화성 탐사용 스폿도 나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스폿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역시 후터 교수팀에서 창업한 애니보틱스와 애니말이다. 애니말은 이미 하수도 내부와 북해(北海)의 해상 변전소에서 혼자 검사 작업을 진행했다. 애니말은 지난해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지하 탐색 로봇 경진 대회에 스위스와 미국, 영국, 노르웨이 연합팀인 케르베로스(CERBERUS) 팀의 주축 로봇으로 참가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하 탐색 로봇 경진 대회에 참가한 애니말. 우승을 차지했다./CERBERUS

기동성은 네이버랩스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김상배 교수와 개발한 ‘미니 치타’가 앞선다. 미니 치타는 로봇개 최초로 뒤공중제비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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