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초소형위성이 주도하는 우주 산업혁명에 도전한 용감한 청년들

이영애 기자 2022. 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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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우주산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헤리티지’를 중시한다. 위성 서비스의 경우, 발사를 통해 우주에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이 있는 제품을 사용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일단 우주에 올라간 위성은 고장이 나도 수리할 방법이 없으니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써서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스마트폰용 배터리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저렴하고 대중적인 제품을 위성에 실어 테스트해 보니 큐브샛 등 초소형 위성의 수명 정도는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기존에 위성에 탑재하던 GPS는 몇천만 원에서 몇억 원의 고가 제품이었는데, 가격을 100분의 1 수준으로 내릴 수 있게 됐다. 큐브샛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계기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역시 소형 위성으로 획득한 영상과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이 회사 연구소에서 오형직 운영이사와 이정규 위성개발본부장, 신진영 연구원을 만났다.

이 회사는 50kg 미만 큐브샛을 개발하고 있다. 큐브샛은 마치 레고처럼 모듈을 쌓아 만드는 초소형 위성으로 위성의 대중화를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과거엔 좋은 옷을 귀족들만 누릴 수 있었지만 산업혁명으로 방직기술이 등장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누구나 좋은 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며 “우주산업 역시 수억 원대의 부품을 사용하는 대형 위성이 아닌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저렴한 큐브샛을 통해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위성 서비스 분야는 ‘빅뱅’으로 표현해도 좋을 만큼 시장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오 이사는 “지난해 위성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플래닛이 3조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등 위성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규제 때문에 이 무대에서 폭발력 있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위성정보활용협의체 구성 및 운영지침’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4m보다 정밀한 해상도로 촬영한 위성 영상을 공개할 수 없다. 오 이사는 “반면 해외 기업은 국내 지역을 4m보다 높은 해상도로 촬영해 판매해도 문제가 없다”며 “규제에 허점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대학에 위성 관련 전문학과가 단 하나도 없는 것도 위성 산업이 직면한 문제다. 세 연구원을 포함해 N회사 직원 대부분도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했다. 신 연구원은 “학부 시절 12명의 수강생이 모여 가상으로 인공위성을 설계하는 수업을 듣고 위성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연구소에 취업하려고 해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나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을 제외하곤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다.

오 이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영국 서리대 등에 위성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과가 있다”며 “국내에는 위성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과가 없어 회사 입장에서도 인재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시작으로 국내 우주산업이 더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 오 이사는 “20년 전 ‘박세리 키즈’, 10년 전 ‘김연아 키즈’처럼 지금부터 성장할 ‘누리호 키즈’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필요 없다는 점을 우주산업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우주는 중독성이 있다”며 “자신이 만든 위성을 우주에 보낸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들 밤낮없이 열정을 쏟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우주산업에 종사하고 싶은 꿈을 가진 독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누군가요? 어서 오세요.”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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