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작가가 되려면
“작가가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 등장인물을 인형처럼 조종해서는 작가의 머리만 한 크기의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죠. 내가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이미 있었다는 겸허한 마음 자세일 때, 진정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가와 요코(60) 강연집 ‘첫 문장이 찾아오는 순간’(티라미수 더 북)에서 읽었습니다. 오가와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2003년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았죠. 그는 실존하는 수학자에게서 영감을 받아 ‘박사가…’의 주인공을 만들어낸 이야기를 하며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공상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현실을 보고 관찰하는 눈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은 사연이나 사건을 접하고 우리는 흔히 ‘소설 같다’고 하지만, 오가와는 “이야기는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황당한 현실에 부딪혔을 때, 사람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현실을 자기 마음의 형태에 맞도록 이리저리 바꿔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이 행위가 바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따라서 “작가란 스토리를 짓는다기보다는 포착하는 존재이며, 현실에 이미 있지만 언어로 표현되지 않아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캐내 거기에 언어를 부여한다”고 하네요.
오가와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켈란젤로가 떠올랐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돌을 깎아 형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돌 속에 존재하는 형상을 끄집어냈다고 하지요. 예술가란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삶의 정수(精髓)를 붙들어, 자신만의 언어로 그려내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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