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A급’인데 없애는 이유 뭔가

유지한 기자 2022. 1. 22.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2021년 개원 10주년을 맞은 기초과학연구원(IBS)./IBS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지난 14일 출범 8년 차 된 연구단 6곳에 대한 성과 평가를 발표했다. IBS는 “모든 연구단의 과학적 수월성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2곳은 ‘넓은 분야를 세계 선도한다’는 S등급, 4곳은 ‘해당 분야를 선도한다’는 A등급을 받았다고 했다. IBS는 정성평가를 통해 S·A·B·C 4개로 평가를 한다.

기업 인사 평가로 보면 최고 등급인 셈인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A등급을 받은 2개 연구단은 규모 조정을 전제로 유지, 나머지 2개 연구단은 2년의 정리 기간을 거쳐 종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IBS는 “종료되는 연구단의 이름과 그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연구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계에서는 연구단 2곳을 슬그머니 접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BS가 그동안 세계적인 석학들이 이끄는 연구단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홍보해온 데다 국내외 전문가 55명이 참여한 이번 평가에서 해당 분야를 선도한다는 A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이유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출연 연구원 박사는 “개인 돈으로 운영하는 과제도 아니고 그 많은 세금을 받으면서 종료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대부분 연구 재단의 과제는 지원 과정부터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모든 게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을 통해 받은 평가 자료에 따르면, 이 연구단들에 대해 ‘그룹 간 시너지 부족’ ‘단장의 정년 도래’ ‘새로운 적임자 찾아 연구단 지속 운영 필요’ ‘국제적 협력과 인지도 높일 필요 있음’ 등의 평가가 나왔다. A등급이지만 문제가 있다는 정도만 알린 것이다. 하지만 IBS가 평가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대표 성과를 보면, A등급을 받은 4곳 중 3곳은 네이처 자매지나 위상이 떨어지는 학술지에 게재되는 정도다.

IBS는 2011년 11월 한국 과학노벨상을 만들겠다며 출범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다. 최소 10년이라는 연구 기간도 보장됐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투입된 예산은 1조6849억원이다. 매년 900억~20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IBS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 과학자는 “특혜 논란 속에서 잘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다른 과학자들의 반발을 더 살 뿐”이라고 했다.

종료되는 연구단에 대해 과학계에서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한다. 계속 비밀로 감춘다고 해도 2년의 정리 기간을 지나면 자연스레 알려질 사실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처는 한국 과학의 발전을 막을 뿐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