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호칭 '선량'은 엘리트 아닌 국민대표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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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글리시 인문학
“의원들이 금배지는 왜 달고 다니지?” 언젠가 국회의원 친구에게 물어봤다. 답변이 걸작이다. “의사당에 출입할 때 경호원들이 알아보기 쉬우라고…” "요즘엔 서울대생들도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데…?” 땅바닥에 큰절 하는 등 온갖 감언이설로 표를 구할 때는 언제고 여의도만 가면 유권자를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로 아는 선량들이 많다. 국회의원을 ‘10만 선량’이라고 부른다. 선량(選良)은 국민대표라는 뜻(representative)이지 절대로 선량(善良, elite)이란 의미가 아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길 가다가 광고지를 하나 받았다. 국가혁명배당금당, 당명도 요란하다. 그런데 이들이 제시하는 33가지 정책 가운데 눈에 뻔쩍 띄는 것이 하나 있다. 첫 번째 공약 정치혁명이다. 국회의원의 수를 100명으로 축소하고,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며, 매년 국회의원 300명과 보좌관 3000여 명에게 지급하는 세비 8544억원 등 비용 1조8000억원을 절약하여 국민에게 돌려준다.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첫째,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면 건달이나 사기꾼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비례대표를 별도로 뽑지 않아도 무보수 명예직이므로 각계 전문가 그룹이 대거 참여할 것이다. 셋째, 국회가 축소(downsizing)돼서 혈세의 낭비가 대폭 줄게 될 것이다. 의원 수가 줄면 보좌진도 줄어들고 사무처도 크게 축소된다. 국회사무처 정원이 무려 3483명이다! 여기에 계약직·임시직·파견직은 통계조차 없다. 넷째, 국회의원 1인에 보좌진은 10명씩이다. 4급 보좌관 2명, 5급 2명, 6급 1명, 7급 1명, 8급 1명, 9급 1명 이렇게 직급별로 8명이나 되는데 이것도 부족하다고 인턴 2명을 추가, 합이 10명이다. 의원 1인당 1년 경비가 7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움직이는 중소기업’ 규모다.
그렇다면 일은 제대로 하는가?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입법 효율성은 조사대상 139개국 가운데 99위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 의회는 상원(House of Lords), 하원(House of Commons)으로 구성돼 있다. 하원의원은 M.P.(member of the Parliament) 또는 parliamentarian이라고 부르고 상원의원은 귀족원답게 Lord로 호칭한다. 미국의 의회(Congress)는 상원(Senate)과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의 양원제로 상원의원은 senator, 하원의원은 representative 혹은 congressman이지 결코 elite라고 부르지 않는다. 의원 스스로가 공부하면서 몸소 발로 뛰는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의원 보좌관이 없다. 일본의 경우도 3명에 지나지 않는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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