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정청래, 불교계에 '사과'..일부 친여 인사 "삥뜯는 산적"(종합)

손덕호 기자 2022. 1. 2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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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정청래 의원이 21일 한 뜻으로 불교계에 사과했다.

원인을 제공한 정 의원과 송 대표는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불교계에 사과의 뜻을 거듭 전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부 친여(親與) 성향 인사들은 불교계를 향해 '막말'에 가까운 말을 해, 감정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단에 오르지 못한 송 대표는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승려대회에 (읽으려고)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읽겠다"고 한 뒤 사과 입장문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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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전국승려대회 열려..5000명 집결
송영길 "불교계에 상처드려 깊이 사과"
정청래 "미천한 저에게 '지산' 호 지어주셨다"
진화 시도에도..황교익 "반정부투쟁"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정청래 의원이 21일 한 뜻으로 불교계에 사과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정부 규탄 성격의 대규모 전국승려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원인을 제공한 정 의원과 송 대표는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불교계에 사과의 뜻을 거듭 전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부 친여(親與) 성향 인사들은 불교계를 향해 ‘막말’에 가까운 말을 해, 감정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열린 대규모 승려대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비하 발언, 정부의 천주교 캐럴캠페인 지원 등 현 정부에서 벌어진 종교편향·불교왜곡 사례를 비판하며 전국 사찰에서 최대 5000명가량의 승려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는 승려 5000명과 불자 수백명이 참여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렸다. 조계종 승려들이 전국승려대회 명목으로 모인 것은 1994년 종단개혁과 불교자주화를 안건으로 모인 이래 28년만이다.

전국승려대회 개최는 정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 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불교계가 강력 반발하자 민주당 지도부와 정 의원이 사과했지만, 불교계는 계속해서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종교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불교계 시각도 이날 전국승려대회가 열린 이유 중 하나다.

정 의원은 승려들 앞에서 공개 사과하기 위해 조계사를 찾았지만, 행사장을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국회에서 발표한 사과문에서 정 의원은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참회한다”며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인년 새해 일정으로 10여 곳의 천년 고찰을 찾아 다녔다”며 “부산 해운정사에서 ‘지혜로운 산이 되어달라’는 뜻으로 미천한 저에게 ‘지산’이라는 호를 지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 지혜롭게 성찰하고, 국리민복과 불교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 불교계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나서고 있다. 정 의원은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정 의원은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대규모 승려대회에 비공개 참석 예정이었으나 취재진과의 짧은 질의응답만 나눈 뒤 사찰을 떠났다. /연합뉴스

송 대표는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공개 사과는 실패했다. 송 대표는 오후 3시쯤 불교계에 사과하기 위해 행사장 연단에 올라서려 했다. 그러나 스님들이 송 대표가 보이자마자 “행사를 반대한다”며 단체로 자리를 떴다.

연단에 오르지 못한 송 대표는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승려대회에 (읽으려고)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읽겠다”고 한 뒤 사과 입장문을 낭독했다. 먼저 “최근 1700여 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불교계와 국민 여러분께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여당의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비롯한 국립공원 문제와 국가 지정 불교 문화재 보호, 전통 사찰의 규제 개선 등 여러 현안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입법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종교편향차별금지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대선 공약도 내놓았다. 한 스님은 송 대표가 입장문을 읽기 시작하자 “여기서 뭘 하시는 것이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규모 승려대회 참석하기 위해 사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도 일부 친여 성향 인사들은 불교계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페이스북에서 “조계종의 성명은 반(反)정부 투쟁 선언으로 읽힌다”며 “정청래 의원 발언이 없었다 해도 조계종은 오늘과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또 황씨는 “수행자 단체에 들어오는 돈 문제로 세속의 바닥에 나앉겠다고 한다”며 “머리 깎고 법복을 입었다고 모두 수행자 대접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대중이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허재현씨는 스님들을 ‘산적’에 빗댔다. 그는 “오늘 산사 인근에서 등산객들한테 통행료 삥 뜯어온 산적 무리 5000명이 집결한다고 한다”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욕 한 바가지 해주자”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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