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노인 12시간 바닥 방치한 요양원..노인보호기관 "방임"
[앵커]
요양원에서 지내던 80대 치매 노인이 화장실에서 쓰러져 다쳤는데도 10시간 넘게 방치됐다고 가족들이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학 병원에서 고관절 골절과 급성 폐렴 진단도 받았는데 민정희 기자의 보도 보시고, 요양원 문제 좀 더 짚어 보겠습니다.
[리포트]
침대에 누워 있던 노인이, 서서히 일어나 화장실로 갑니다.
노인은 화장실에서 쓰러졌지만, 요양보호사들은 밖에서 지켜보기만 하며 우왕좌왕합니다.
쓰러진 지 18분 뒤인 저녁 8시 51분에야 노인은 화장실에서 요양원 방 바닥으로 옮겨졌습니다.
이 노인은 치매 4급인 80대 송 모 씨로, 이 상태로 응급 처치 없이 12시간을 바닥에서 보냈습니다.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건 사흘 뒤였는데, 고관절이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몸에선 욕창이 세 군데 발견됐고, 요로 감염과 급성 폐렴 진단도 받았습니다.
[송승훈/피해자 아들 : "저는 그 일이 있고 난 이후에 한 새벽 5시에 깨요. 벌떡벌떡 깨요."]
전북노인보호전문기관은 이 요양원이 송 씨를 방임하고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송 씨가 사고 다음 날 아침, 통증을 호소했는데도 간호 인력이나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의료적 처치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른 입소자들이 깨어있는 시간 동안에 가림막 없이 기저귀를 가는 건 성적 수치심을 주는 학대라고 판단했습니다.
["코로나라고 못 들어가게 하잖아요. 뭐 볼 수도 없고 전화도 하지 말라고 하고, 오지 말라고 그러고. 그 아크릴판 넘어서 아버지 손도 제대로 못 잡아보고..."]
요양원 측은 송 씨에게 폭력적인 성향이 있어 대응이 늦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요양원 관계자/음성변조 : "이 정도 폭력성이 있는 건 처음이라 우리 선생님들이 그냥 평상시에는 연락을 하는데 갑자기 좀 정신이 없어서 못 한 것 같아요."]
전북 완주군청은 해당 요양원을 조사한 뒤 행정처분을 내릴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최석규/영상편집:신남규
[앵커]
민 기자, 앞서 살펴본 사례는 지금 조사중이긴한데 요양원의 노인 학대 사례로 집계된 게 있습니까?
[기자]
전체적인 노인학대 판정 사례가 2020년 6천2백 건 정도로 집계됐거든요.
이 가운데 요양원 같은 생활시설에서 발생한 경우가 2019년 486건이었고 2020년 521건이었습니다.
[앵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도 영향이 있겠죠?
[기자]
네, 전문가들 의견은 그렇습니다.
요양원 입소자 면회가 비접촉 방식으로만 허용되거나 아예 제한되는 경우가 늘었는데요.
학대가 있었더라도 가족 등이 알아채기 힘들다는 겁니다.
또 요양원이 외부와 격리되다 보니 돌봄 종사자의 업무가 과중해지면서 학대 가능성도 함께 높아졌다고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요양원에서 학대가 있었다.. 확인이 되면, 그 뒤에는요?
[기자]
지자체 처분에 달려 있습니다.
먼저,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신고 사례를 판정한 뒤 그 결과를 지자체에 보고합니다.
지자체는 이 결과를 검토해서 행정처분을 내리게 돼 있습니다.
최대 6개월까지 요양시설 등의 업무를 정지하거나 아예 지정을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실제로 행정 처분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학대로 판단해도,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는 건 절반 정도입니다.
2015년부터 5년 동안 전체 학대 사례 287건 중 절반 이상인 145건이 행정처분을 받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왜 그런가 봤더니, 경미하거나 일회성라는 이유로 아예 처분을 안 내린 겁니다.
노인학대 행정처분은 장기요양보호법상 업무 정지 이상으로 무겁게 내리게 돼 있는데요.
이 경우 입소자를 모두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합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행정처분을 부담스러워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앵커]
지금은 업무 정지 이상만 있다는거죠? 실제 서비스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더 정교하게 조치할 필요가 있겠네요?
[기자]
네, 보건복지부가 2020년 10월부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에 물어보니, 학대가 과징금 대상이 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아직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또 학대의 유형이나 횟수에 따라 처분을 달리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영상편집: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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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희 기자 (j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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