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3, 920만원 비싸졌다"..'테슬라 값질'에 5239만원→6159만원, 보조금도 반토막[왜몰랐을카]
1년 전 보조금 욕심에 가격 내렸다
반도체 대란, 원자재 값 인상 악재
모델3, 다시 가격인하 가능성 낮아
환경부가 지난 19일 행정예고한 '2022년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개편안'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기존 6000만원 미만에서 5500만원 미만으로 내려간다.
5500만원 이상~8500만원 미만 차량 구매자는 보조금 50%를 제공받는다. 8500만원 이상 차량 구매자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환경부는 현재 개편안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특이사항이 없으면 설날 전에 시행할 예정이다.
모델3 가격이 '5499만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테슬라 구매자들은 있다. 테슬라 '탓'이다. 기존 구매자들을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내린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1일 테슬라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델3 엔트리 모델인 RWD(기존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는 6159만원이다. 지난해 11월보다 100만원, 10월보다 300만원 비싸졌다.
모델3 가격 인상은 한두번이 아니다.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는 지난 2019년 출시된 뒤 파악된 것만 6번 인상됐다. 2년 동안 920만원 올랐다.
출시 당시 가격은 5239만원이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가격이다.
테슬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인도 시기가 가까워지면 가격 및 옵션이 확정된다"며 "최종 가격 및 옵션이 게시되면 주문 완료를 요청하는 알림을 받게 된다"고 공지했다.
테슬라가 '항상'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1일에는 모델3 일부 트림 가격을 '갑자기' 내렸다.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는 5479만원, 롱레인지는 5999만원, 퍼포먼스는 7479만원으로 책정했다.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와 퍼포먼스는 기존과 가격이 거의 같지만 롱레인지는 480만원 인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해초 6000만원 미만 전기차에는 보조금 100%(최대 800만원)를 준다고 발표했다.
6000만원 이상~9000만원 미만 전기차에는 50% 기준으로 전비와 운행거리 등을 감안해 40~60% 차별 적용했다. 9000만원 이상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한 '999 상술'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5900만원, 5990만원, 5998만원이 아닌 5999만원으로 책정했다.
보조금은 다 적용받으면서 '몇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5999만9999원'이 아닌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모델3 판매대수는 지난해 1~2월 15대에 불과했다. 판매 부진 이유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조금 규모는 환경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연초 결정한다. 지난해에는 1월21일 확정됐다.
모델3는 보조금 지급 시기에 딱 맞춰 배를 타고 한국에 대량 상륙했다. 지난해 3월 등록대수는 3186대에 달했다. 국내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벤츠 E클래스(3346대)에 이어 2위를 달성했다.
테슬라의 보조금 마케팅을 눈여겨본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6월 벤츠 EQA를 모델3보다 9만원 저렴한 '5990만원'에 판매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벤츠 EQA는 주행거리가 예상보다 짧게 나와 보조금도 80%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자동차 기본기가 튼실한 벤츠인데다 보조금까지 받으면 4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장점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놓고 벤츠, 전기차 시장을 놓고 테슬라와 각각 경쟁하는 제네시스도 GV60 스탠다드 후륜 모델 가격을 지난해 10월 '5990만원'에 내놨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테슬라가 지난해처럼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
반도체 품귀로 출고대란이 발생한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오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살 사람이 줄섰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소비자 원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모델3 가격을 잇달아 인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모델3 경쟁차종인 스웨덴 전기차회사 폴스타의 폴스타2가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5490만원에 출시된 게 모델3 가격 인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폴스타2는 사전계약 2시간 만에 2000대 넘는 실적을 거둬들였다.
여기에 보조금을 최대치로 받는 아이오닉5나 기아 EV6로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 '고무줄 가격'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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