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중대재해 전문가' 검사장 임용..법무부, 법·검 갈등 재연 우려 "철회"
[경향신문]
검찰 반발에 공모절차 중단
장관·검찰총장 회동서 합의
검 폐쇄적 조직문화 비판도
외부 중대재해 전문가를 일선 검사장으로 임용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이 검찰 내부 반발에 밀려 철회됐다. 대선을 목전에 둔 민감한 시점에 법무부·검찰 간 갈등이 재연될까 우려해 법무부가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21일 “법무부 장관이 20일 검찰총장과의 긴급 만찬 회동을 통해 중대재해 전문 검사장의 외부 공모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7일 외부 중대재해 전문가를 대검찰청 검사급(검사장) 검사로 신규 임용하겠다며 모집 공고를 냈다.
박범계 장관이 외부 중대재해 전문가의 검사장 임용 방침을 철회한 것은 검찰 내부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지난해 말 법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광주고검과 대전고검 차장에 검사장급 직위 두 자리가 비어 있다”며 “전진(승진) 인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께 여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 관련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승진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7일)을 앞두고 검찰의 중대재해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들었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이 ‘검사장 축소’라는 정부 기조와 어긋나는 인사를 단행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권 말 ‘알박기 인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박 장관은 ‘내부 승진’ 대신 ‘외부 임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검사장 인사는 외부 공모로, 한 자리만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19일 대검 부장회의를 거쳐 법무부에 검사장 외부 공모 방침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검찰청법 등 인사 관련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있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검 관계자는 “중대재해 수사 전문가가 어떻게 검찰 외부에 있겠나. 이번을 계기로 외부 인사가 검사장이 돼 수사지휘하는 사례가 생기게 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소지가 커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박 장관은 ‘외부 임용’ 방침도 백지화했다. 검사장 인사를 두고 박 장관의 입장이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내부 승진→외부 임용→검사장 인사 백지화’로 바뀐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선도 있고, 과거의 트라우마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과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재임 때처럼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재연될까 우려한 결과라는 것이다.
검찰의 폐쇄적 조직문화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의 공공형사부(공안부)는 노동자의 생명이나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방향으로 일해오지 않았다”며 “노동자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온 외부 인사를 찾아 검찰의 방향타 역할을 맡기려 했다. 검찰이 폐쇄성을 고수해 외부 수혈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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