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 미국보다 못한 한국 촬영장의 동물 보호"

강한들 기자 2022. 1. 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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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드라마 ‘이방원’ 낙마 장면서 줄에 묶여 고꾸라진 말의 죽음 알려지자
동물권 단체 ‘동물 학대 치사’ KBS 고발…“파렴치한 행동 묵과 못해”

말 못하는 말 대신 “동물 학대 규탄” 동물권 보호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마 장면을 촬영하며 말을 일부러 넘어뜨려 죽게 하는 학대를 했다”며 드라마 <태종 이방원> 제작진을 규탄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동물권 단체가 KBS 1TV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을 말에 대한 살상 행위라며, 이 장면을 방영한 KBS를 규탄했다. 이들은 KBS를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치사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포애니멀동물보호감시단, 1500만반려인연대 등 100여개 동물단체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종 이방원>의 동물 학대 장면을 규탄했다. 지난 1일 방영된 드라마의 장면에는 질주하던 말이 90도로 고꾸라져, 머리부터 땅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담겼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드라마 촬영 현장 영상에는 말의 다리에 줄을 묶어 많은 사람이 당기는 모습이 담겼다. KBS는 확인 결과 촬영 일주일 후 말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동물권 단체들은 해당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말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을 동물보호법상 학대라고 봤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들은 “위험천만하게 동물을 위험에 빠뜨려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고, 2개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실을 은폐하고 넘어가려 했던 KBS의 파렴치한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끔찍하게 동물을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체에 따르면 해외 드라마, 영화 등 촬영 현장에서는 80여년 전부터 동물 보호를 위한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1939년 미국의 영화 <제시 제임스> <The Charge of the Light Brigade>에서 말이 죽은 것을 계기로 미국 동물보호단체 미국인도주의협회가 미국배우조합과의 계약을 통해 촬영 현장에서 동물 모니터링을 하기 시작했다”며 “세계 최고급 영상 콘텐츠를 내놓는 한국에서 동물 보호 인식이 할리우드보다 80년 가까이 뒤떨어지는 건 상식상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동물단체들은 이날 KBS를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치사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이어 KBS에 <태종 이방원>을 책임지고 폐지하고,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책을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러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하게 처벌해, 동물학대는 절대 발붙일 수 없다는 사회적 경종을 울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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