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콩팥, 인체 이식 '일부 성공'
[경향신문]
뇌사자 수술 후 정상적 소변 생성
3일 만에 환자 사망했지만 ‘성과’
‘유전자 조작’ 장기 안전 “큰 개선”
미국 의료진이 유전자 조작 돼지의 콩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 일부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미 앨라배마 의대의 제이미 로크 박사가 이끄는 의료진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이식학회저널(AJT)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난해 9월 오토바이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50대 남성 신체에서 신장을 제거하고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수술이 이뤄진 지 23분 만에 돼지 신장이 환자의 몸에서 소변을 생성하기 시작했고, 이후 사흘 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했다고 밝혔다. 다만 수술을 받은 환자는 3일차에 혈액 응고 장애와 과다 출혈이 발생해 신장 제거 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는 사망했으나, 의료진은 이번 수술이 돼지 장기 이식에서 중요한 안전성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돼지 신장이 인간의 혈압에 노출됐음에도 혈관의 무결성을 유지했고 인체의 거부반응도 없었으며, 그간 이식 수술의 장애물이 되어온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에도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혈액에서 돼지 세포가 검출되지도 않았다. 의료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의 이종이식에 대한 많은 장벽이 극복됐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로크 박사는 이번 수술에서 일반적인 이식 수술에 적용되는 모든 절차를 준수했으며, 중요한 안전 문제도 해결돼 일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진은 지난 7일 말기 심장질환자의 체내에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술 후 보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이식받은 환자의 건강에 문제가 없고, 동물 장기에 대한 거부 반응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돼지 장기를 이용한 최근 이식 수술에는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가 사용되고 있다. 인체 면역체계의 공격을 유발하거나 동물의 장기를 과도하게 커지게 만드는 일부 유전자들을 제거하는 등 10가지 유전자 변형을 거친 돼지다. 돼지 장기의 이식 성공 사례들은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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