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사생활 폭로' 대선은 안된다
'내가 늑대 새끼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다 늑대 새끼라고 믿게끔 만드는 게 박 선생 일이에요 그게 바로 선거야'
차기 대통령을 노리고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어느 구태 정치인의 권모술수와 추악한 뒷거래를 현실감 있게 그린 이 영화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흥행에서 신통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실제 우리 정치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기 때문이란 평이 많습니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이 잘 안 된다. 왜? 정치가 개그 프로그램보다 더 재밌거든 이라는 농담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그 정도가 훨씬 더 합니다. 단순 비방과 흑색선전을 넘어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엿보는 관음증 대결로까지 보일 지경이거든요.
윤석열 후보 부인이나 이재명 후보는 둘 다 공인이니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개인 사생활인 통화녹음 공개가 수긍이 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걸 핑계로 관음증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고 확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관음증 선거운동이 판을 치는 이유는 역대 그 어느 대통령 선거보다 유력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고 여야 선거캠프가 좋아서 우리 후보를 찍는 표보다 상대가 싫어서 찍는 표에 더 의존하기 때문일 겁니다. 내가 열심히 해서 1등이 돼야지 남을 끌어내려서 차지하는 1등이나 다를 바 없는 거죠.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를 받는'이라고 합니다. 정치가 이렇다면 어쩔 수 없죠. 짜증이 나고 마뜩잖아도 우리의 미래를 이끌 선장을 선택해야 한다면 '얼간이와 거짓말쟁이'의 대결이라며 외면하지 말고 그래도 좀 덜 악취가 풍기는 사람, 좀 덜 멍청한 사람을 신중하게 고민하며 선택할 수밖엔 없습니다.
어떤 대통령을 뽑느냐는 곧 우리의 미래를 뽑는 것이니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사생활 폭로 대선은 안된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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