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가 좁아졌다고요? 녹내장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박효순 기자 2022. 1. 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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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약한 시신경 죽어가며 시력 상실
환자 3명 중 2명 정상 안압서 발병
시야 축소 자각 땐 이미 ‘진행 중’
시신경 복원 방법 현재까진 없어
점안약으로 안압 낮추는 게 중요

가상으로 표현한 정상 시야(왼쪽)과 녹내장 시야.

직장인 A씨는 어느 날부터 주변 시야가 잘 안 보이는 증세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대학병원 안과 진료를 받고 검사를 통해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특별한 증상이 없었는데도 녹내장은 상당히 진행돼 있었다.

녹내장은 ‘진행하는 특징을 보이는 시신경병증’이라고 한다. 눈에서 받은 시각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조금씩 죽어가는 병이다. 눈의 각막, 수정체, 망막 등이 정상이라도 시신경이 손상되면 시력을 잃게 된다.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에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기 전 초기에 진단하여 진행을 막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건국대병원 안과 조윤혜 교수는 “가장 명백히 밝혀진 녹내장의 원인은 높은 안압”이라며 “안압이 높으면 눈의 안쪽에 위치한 시신경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높아지게 되고 지속적인 물리적 스트레스로 시신경이 손상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윤혜 교수가 녹내장 환자에게 시신경 손상에 따른 치료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건국대병원 제공

하지만 국내 녹내장 환자의 경우 안압이 정상범위인데 시신경이 죽어가는 ‘정상안압녹내장’이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안압이 진단기준의 정상범주에 있더라도 시신경이 근본적으로 그 안압을 견디기에 약하다면 높은 안압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낮은 안압이라도 그 안압에 시신경이 손상된다면 ‘손상이 일어나지 않는 안압’으로 낮춰주어야 한다.

녹내장은 급성인 경우를 제외하면 초기에는 느낄 수 있는 증상이 없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녹내장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시야가 좁아지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주변부 시야부터 천천히 좁아지기 때문에 서서히 좁아지는 과정에 적응해 시야 변화를 감지하기가 어렵다. 또한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중심시야는 녹내장 말기까지 살아 있는 경우가 많아 시력검사를 하면 문제없이 잘 보이기 때문에 녹내장 발병을 자각하기 어렵다. 시야가 좁아진 것을 환자가 느끼고 대비감도(서로 다른 세기의 빛을 구별할 수 있는 시각의 능력)가 떨어지고 시력이 저하된다고 판단될 때는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안저촬영검사는 녹내장 초기 진단에 유용하다. 눈의 바닥을 촬영해 시신경뿐 아니라 망막의 전반적인 문제를 간단하고 쉽게 확인하는 검사 방법이다. 조 교수는 “안저촬영을 통해 시신경의 모양이 녹내장성과 비슷한 경우 녹내장 정밀검사를 권유한다”면서 “시신경의 구조적 검사(빛간섭단층촬영검사)와 기능적 검사(시야검사)로 확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비침습적으로 시신경 주위의 혈류장애를 확인할 수 있는 ‘빛간섭단층촬영 혈관조영술’ 기계가 개발되어 시신경 주위의 혈류장애도 확인이 가능해졌다. 녹내장 치료의 기본은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안압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어 시신경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압을 낮추는 방법은 방수(눈 속의 액체)의 생성을 줄이거나 유출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개개인에게 맞는 안압약을 매일 꾸준히 점안하게 된다. 녹내장약은 한 번 점안하면 평생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 안약을 찾아 꾸준히 점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 안압약을 조합해 최대한의 안약을 사용하였는데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고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거나, 임신 중이거나, 안약에 따른 부작용으로 안약을 점안할 수 없는 경우에는 레이저 시술이나 수술도 고려해볼 수 있다. 최근에는 최소침습녹내장수술(MIGS)이 발전하여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부작용이 적도록 수술치료를 할 수 있다.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시술·수술로 살릴 수는 없지만 안압을 안정적으로 낮게 조절해 진행하는 시신경의 손상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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