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발 묶인 외국인 환자들 [기고]
[경향신문]
2020년 초반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외국인 환자 진료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치료받은 외국인 환자는 전년 대비 76.5% 감소했다. 여기서 외국인 환자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외국인 환자, 즉 국민건강보험을 쓰지 않고 외국계 보험이나 자비를 이용해 국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을 말한다.
2009년 해외 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개정 의료법이 시행됐다. 이후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러시아와 주변 국가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서 주로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입국해 진료를 경험해 본 환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효과적인 치료 경과와 의료 수준이 알려지면서 2014년 이후 외국인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한국의 의료진과 의료 시스템은 미국 등 의료 선진국과 비교해도 의료의 질적 수준이 크게 차이가 없고, 진단부터 치료까지 매우 신속하게 이뤄진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보다 치료 기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고, 그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뿐 아니라 타국보다 낮은 수가 체계로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성장해 오던 외국인 환자 유치 분야는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환자의 유입이 중단되면서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각 병원의 국제진료센터는 직원 수를 감축하고 대부분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발굴하고 키워온 외국인 환자 진료나 의료 통역에 특화되었던 인력들이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환자의 유입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서울성모병원에는 그동안 국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해온 외국인 환자들 일부와 자국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중증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여러 애로사항을 극복하고 입국해 치료받고 있기는 하다. 애로사항이란 비자 발급과 자가격리의 어려움을 말한다. 코로나로 인해 환자와 보호자가 비자를 발급받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며 기준도 매우 까다로워졌다. 또한 외국인이 입국해 지켜야 하는 열흘이라는 자가격리 기간은 그러잖아도 몸이 불편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환자들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증 외국인 환자에 한해 병원에서 직접 격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병원 격리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몇 개 병원에 한정된 병상 수로 운영되고 비용 또한 부담스럽기에 이용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가격리 기간에 대한 부담으로 국내로 입국하려던 환자들이 타국으로 변경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매우 안타깝다.
그럼에도 외국인 환자 유치에 대한 믿음은 희망적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음이 증명되었고,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역 시스템을 통해 의료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도 자국에서 치료가 안 되는 암이나 혈액질환을 진단받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입국해 치료를 받으면서 호전되어 치유에 대한 희망과 행복감으로 만족하고 있는 환자들을 볼 때 더욱 확신이 든다.
코로나 와중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한국에서의 치료를 고대하고 있는 외국인 환자들의 유치가 다시금 활성화될 날을 조심스럽게 고대해 본다.
이지연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장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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