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확산 속에 대규모 승려대회 연 조계종
[경향신문]
대한불교조계종이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 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열었다. 조계종은 해인사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캠페인 지원 등을 종교편향 사례로 지목하며 ‘정부의 불교 홀대를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승려대회는 수행자인 스님들이 사부대중의 공의를 한데 모아 종헌종법(조계종단의 법)까지 초월해 벌이는 ‘정법수호’ 행위다. 다만 이날의 대규모 승려대회가 조계종 역사에서 승려대회가 지녀온 특별한 가치를 계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조계종이 지목한 사례들을 보면 비판에 수긍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문화재 관람료는 현행법상 사찰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사찰 소유의 방대한 지역을 국공립공원에 편입시키고 관람료 문제는 수십년 동안 해결하지 않은 정부 책임이 작지 않다. 정 의원 발언도 불교계 입장에선 지적할 만하다. 캐럴 캠페인 활동 지원 등도 종교편향이라는 오해를 살 만했다.
하지만 불교계가 반발하자 정 의원과 민주당은 수차례 사과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후원회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은 최근 조계사를 찾아 108배를 올렸다. 이날 승려대회에도 송영길 대표 등이 비공식적으로 참여해 재차 사과하려 했다. 정치적 셈법도 작용했겠지만, 성의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조계종은 그러나 잇단 사과를 외면한 채 정 의원의 출당 등을 요구해왔다.
무엇보다 조계종단은 코로나19 방역에서 모범을 보이며 시민들의 성원을 받았다. 그런 조계종이 오미크론 유행 등 위중한 상황에서 대규모 승려대회를 강행했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불교계 내부에서도 승려대회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정의평화불교연대의 스님 대상 온라인 조사를 보면, 참여자의 64%가량(지난 20일 현재)이 승려대회 개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이 임박한 만큼 대규모 승려대회는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조계종은 정부·여당의 성의 있는 조치가 없을 경우 일반 신도까지 참여하는 ‘범불교도대회’를 열 것이라고 한다. 조계종 스님들의 보다 진중한 자세를 촉구한다. 정부도 불교계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종교편향이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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