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숨진 발달장애인·가족 18명..죽음이 옆에 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코로나 19 2년,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죽음' 이라는 가장 큰 비극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고통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사고로 숨진 경우가 알려진 것만 열여덟 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재민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복지관에 들어서는 한 여성.
"안녕하세요." (오늘 머리 예쁘게 하고 왔네.) "엄청 좋아하고 왔어요. 지금. (복지관에) 오는 줄 알아서"
중증지적장애와 뇌병변 장애가 있는 21살 채연 씨는 1주일에 3번, 치료받는 날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외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채연 씨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던 일주일은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채연 씨 어머니] "갇혀있는 공간에서 아이가 울고, 짜증 내고, 소리 지르니까. 그게 정말 폭발음처럼 들리는 거예요. 그러면서 제가 탁 쓰러질 것 같은 거예요. 숨이 막히고‥"
채연씨 가족은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학교와 복지기관들이 문을 닫았던 코로나 초기, 발달장애인들이 잇따라 집이나 기관에서 창밖으로 뛰어내려 3명이나 숨졌습니다.
[김수정/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 "외출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루틴(일상)이 깨진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집안에서만 있어야 하는 갑갑증을 견디지 못하고‥"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이번엔 돌봄에 지친 가족들이 견디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2월엔 20대 장애인 딸의 어머니가, 4월엔 20대 장애인 아들의 아버지가, 5월엔 7살 장애인 아들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 11월 전남 담양에선 10대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아버지가, 아들과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세상을 등졌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생을 마감한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알려진 것만 18명이나 됩니다.
[채연 씨 어머니] "'내가 못 한 걸 저분이 했구나' 그 마음에 감당하기 좀 힘들었어요. 여기서 그만하고 싶다‥"
[류승연/작가(중증발달장애인 가족)] "한 1, 2년의 시간을 매일 동환이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면서 살았어요. 이게 믿겨지세요? 물론 지금은 절대 그러지 않아요. 애는 잘 살리고 싶어서."
전국의 발달장애인은 24만7천명.
각종 돌봄 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람은 1/3에 불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나마 각종 지원은 장애인이 미성년자일 때 집중되고, 성인이 되면 오롯이 가족의 몫이 됩니다.
[채연 씨 어머니] "성인이 되면 멀어져요. 치료도 멀어지고, 학교도 멀어지고. (치료) 대기가 보통 2~3년 돼야 하고."
이들을 위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2년 전 광주광역시에선 50대 어머니가 20대 발달장애인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큰 충격을 줬습니다.
지자체는 발달장애인들이 낮엔 복지관에서 활동하고 밤엔 따로 마련한 집에서 지낼 수 있는 돌봄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수용 인원 4명으로 시작했지만, 가족에게 떠넘겼던 부담을 사회가 덜어간 겁니다.
장애인과 가족들은 자립할 수 있게 돕는 책임이 개인의 일이 돼선 안된다고 호소합니다.
[류승연/작가(중증발달장애인 가족)] "자식이 발달장애가 있을 뿐이에요. 근데 그게 죄인이 돼서 내가 사회에서 고립되는 삶은 온당하지 않잖아요. 돌봄지원체계만 갖춰지면 나는 다시 과거처럼, (죽음을) 결의하지 않는 삶을 살아도 돼요."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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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민 기자 (jm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35011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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