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생존·교류·침탈 그리고 희망..역사는 바다에서 이뤄진다 [책과 삶]
[경향신문]
바다 인류
주경철 지음
휴머니스트 | 976쪽 | 4만6000원
바다는 육지만큼이나 인류 역사의 주요 무대였다. 인류는 육상에 살면서도 바다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갔고, 바다를 이용해 생존했으며, 바다 위에서 교류하기도 싸우기도 했다.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으로 이동한 호모 사피엔스부터 지중해 고대 문명권의 확대, 이슬람과 중국 당송 제국의 교류, 증기선과 운하를 통한 세계 경제의 연결, 전함을 통한 제국주의적 침탈까지. 바다를 빼놓고는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을 기술할 수 없다. 지구 표면의 약 71%를 차지하는 바다는 인류의 삶을 제약하는 장벽이 아니라 역사의 역동적 무대였다.
서양사학자 주경철의 <바다 인류>는 바다의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조망한 책이다. 전작 <대항해 시대>를 통해 바다를 중심으로 근대 세계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던 저자는 이번에는 아예 인류사 전체를 조망하며 바다의 공헌에 대해 추적한다. 선사시대부터 가까운 미래까지, 대륙 문명의 관점으로만 담아낼 수 없는 인류사의 면면을 조망했다. 참고문헌만 700여편에 달하며, 변화해온 해상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200여개의 도판 및 지도를 실었다. 저자는 초강대국들이 바다를 무대로 패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지금, 바다가 큰 위험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엄청난 군사력이 아시아의 바다에 집중돼 있고, 무분별한 남획과 해양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그러나 인류의 희망 역시 바다에 있다는 점도 밝힌다. 2050년 1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세계 인구를 먹여살릴 식량을 확보하고, 주요 자원을 얻고 교역을 활성화하는 등 인류는 바다에 크게 기대고 있다. 저자는 “바다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의 장소이자 동시에 인류 최후의 희망의 장소”라고 썼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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