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명품백 단돈 13만원" 단속 비웃는 '짝퉁 거리'
요즘 밤 9시 이후면 대부분의 가게에 불이 꺼집니다. 그런데, 이 시간쯤 오히려 바빠지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의 짝퉁 거리입니다.
밤마다 노란 불빛이 켜진다는 그 현장을 이예원 기자가 3일간 밀착 취재했습니다.
[기자]
제가 있는 곳은 서울 동대문 거리입니다.
지금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길이지만, 밤이 되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데요.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저녁 7시, 똑같이 생긴 흰 승합차들이 하나둘 나타납니다.
한 차선을 일렬로 빼곡히 메웁니다.
그 뒤로 노란 천막들이 펴지고, 밤 9시가 가까워지자 불이 켜집니다.
영업이 시작된 겁니다.
노점으로 구청에 등록된 가게들로 모두 122곳입니다.
천막 안에 들어가 봤습니다. 매대마다 각종 명품 브랜드 로고가 그려진 물건이 놓여있습니다.
[(이거 얼마예요?) 13만원. 오리지널 317만원이고. 제일 많이 나가요, 지금. 구찌 중에서 제일 히트.]
말도 안 되는 가격, 가품입니다. 늦은 밤이지만, 손님들이 몰립니다.
[(저 프라다 이쁘다. 이거 얼마예요?) 7만원이요.]
계산은 오직 현금입니다.
[우린 현금밖에 안 되니까. 카드가 안 되니까. (계좌이체 돼요?) 네, 돼요.]
정품과 비슷하다고 강조합니다.
[정품에 있는 거예요, 펜디. 원래 다 있는 거.]
[이게 10만원 팔고 큰 거를 15만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아예 몇 장 없어요.]
어디서 만드는지 물어봤습니다.
[이거 다 중국이에요. 중국에서 만들어서 홍콩으로 가고 전 세계로 다 나가요.]
물건이 많아도 일부만 꺼내놓습니다.
[단속 때문에 다 이거 하나만 걸어둔 거예요.]
취재진이 사흘간 지켜봤는데, 하루는 밤 11시쯤 갑자기 불이 꺼졌습니다.
[여기까지만 해, 오늘. 나 빨리 이거 덮어야 하니까. (뭐예요?) 단속 나와서 지금 안 돼요.]
매대 위가 어느새 치워졌습니다.
구청은 주 한 차례 이상 단속하고 가품을 압수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 : 우리가 1년 365일 지킬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이미 관행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인근 택배기사 : 원래 안 되는데 워낙 오래되다 보니까, 밤이니까 장사하시는 것 같은데.]
단속반과의 실랑이는 또 있습니다. 가품들을 옮겨오는 차들 문제입니다.
제 옆에 있는 차들을 보시면 번호판을 물건으로 가려놨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앞차와 아주 가까이 대놨고요. 이 차도 역시 번호판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주정차 단속을 피하는 꼼수인데, 의자부터 나무 합판까지 동원됐습니다.
[서울 중구청 단속반 : 카메라로 단속을 하니까 다 가린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직접 내려서 지금 단속을 하고.]
횡단보도에 세우기도 합니다.
[서울 중구청 단속반 : 차 대지 말라고 했잖아요. 차 이동하세요. 횡단보도에다 왜 차를 대세요.]
새벽 2시가 넘어가면서 노란 천막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그 옆에 있던 차들도 빠지면서 도로는 다시 이렇게 뻥 뚫렸습니다.
상인들은 가품 장사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원래) 3시까진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 없으면 1시에 들어가고. 중국인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없어요.]
불편하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버스기사 : 이쪽에 쭉 저기까지 서요. 그래서 이쪽에 지금 버스가 못 서요. 이쪽은 아주 그냥 무조건 자기네 자리다 이거예요.]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시장이라 해도 불법의 문제까지 눈 감고 넘어가긴 어렵겠죠.
오늘(21일)도 노란 불빛은 켜졌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예원입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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