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소녀, 세계일주 비행 최연소 여성.. 41국 5만2000km 날아
"영하 35도 시베리아 지날 때 고비.. 비상착륙 했다면 못 버텼을 것"
열아홉 살 소녀의 담대한 세계 일주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 8월 벨기에서 초경량 비행기를 타고 홀로 세계 일주에 나선 자라 러더퍼드(19)의 이야기다.
20일(현지 시각) 러더퍼드는 지난 5개월 여정을 시작한 벨기에의 코르트리크베벨겜 공항으로 무사히 귀환했다고 CNN 등 외신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2인용 초경량 비행기 ‘샤크 아에로’를 조종해 총 41국, 5만2000㎞에 이르는 거리를 비행했다. 러더퍼드가 이날 대장정을 마치고 비행기에서 내리자 그를 기다리던 환영 인파의 갈채가 쏟아졌다. 러더퍼드는 “제가 해냈다”고 외쳤다.
영국과 벨기에 국적인 러더퍼드는 이번 여행으로 두 개의 기네스 세계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지난 2017년 홀로 세계를 일주한 미국인 샤에스타 와이즈(30)를 제치고 세계 일주에 성공한 가장 어린 여성이 됐다. 초경량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일주에 성공한 첫 여성이라는 기록도 썼다.
벨기에에서 시작한 러더퍼드의 여정은 영국과 그린란드를 지나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는 남쪽 카리브해를 따라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를 거친 그는 캐나다 해안선을 따라 북상, 베링해협을 건너 러시아를 지나 지난해 12월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2박 3일을 머무른 그는 전남 무안 국제공항을 출발해 대만⋅인도네시아⋅인도⋅이집트⋅그리스를 거쳐 다시 벨기에로 돌아왔다.
고비도 있었다. 러더퍼드는 “시베리아 상공을 지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기온이 영하 35도까지 떨어져 몹시 추웠다”며 “만약 엔진이 멈춰 비상착륙을 해야 했다면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몇 시간이 걸릴 텐데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상공을 지날 때는 당시 이 지역을 휩쓸던 산불로 시야 확보가 불가능해 예정에 없던 착륙을 했다. 각종 돌발 상황과 기상 악화로 인해 당초 8주로 예정됐던 여행은 5개월로 길어졌다.
군 헬기 조종사 출신인 아버지와 조종사 자격증이 있는 변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러더퍼드는 열네 살 때부터 비행을 배워 2020년 경비행기 운전면허를 땄다. 그는 전체 파일럿 중 여성이 5%밖에 안 된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저의 도전이 수많은 소녀에게 항공 업계에서의 커리어를 꿈꿀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도전하지 않으면 얼마나 높이 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내년 9월 대학 입학을 앞둔 그는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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