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m 상공에서 안전줄 묶고 주춤주춤.. 아찔했던 해체작업
팽팽한 긴장감 현장에 정치인 등장해 소란도
박범계 장관 "현대산업개발에 엄정 대처할 것"
"저 사람들도 목숨 걸고 하는 거여, 목숨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건설 현장에서 203동 타워크레인을 조종했다는 A씨는 21일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고 발생 열흘이 더 지나서야 201동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이 이뤄진다는 말에 추운 날씨에도 사고수습본부 천막 인근 현장으로 나온 터였다. 붕괴한 201동의 실종자 수색을 위해선 위태롭게 서 있는 201동 타워크레인 해체가 선행돼야 한다. 그는 “해체 대상 크레인에 해체크레인의 후크(고리)를 연결하는 작업은 사람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작업”이라며 “그러니 저렇게 직접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공중에서 벌어지는 작업을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지켜봤고, 그 와중에 정치인들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소란도 일었다.
이날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은 39층 아파트 옥상보다 높은 140m 상공에서 이뤄졌다. 고공 작업에 투입된 기술자 4명이 해체 크레인에서 201동 타워크레인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외줄타기를 연상시켰다. 이들은 추락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붐대(타워크레인 팔)와 연결한 안전줄을 두서너 걸음마다 풀었다 걸기를 반복하면서 길이 55m의 붐대 위를 기어갔다.
균형추(카운터 웨이트)를 치웠을 때 반대쪽의 붐대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타워크레인의 붐대를 수평으로 맞추는 작업 과정에선 크레인과 나란히 서 있던 잔존 외벽이 80㎜가량 기울어지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45㎜를 허용 기준으로 잡고 잔존 외벽의 변위(變位)를 관리해온 점을 고려하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더 위태로워진 잔존 외벽을 다시 고정하는 과정에서 전체 해체 작업은 3시간이 지연됐다. 80㎜가량 기울었던 외벽은 허용범위인 ‘16㎜’ 기울어진 자리로 돌아왔다.
잔존 외벽 안정화 작업이 끝나자 조종석(타워 헤드) 뒤편에 있는 균형추를 들어내는 작업이 진행됐다. 총 6개의 균형추(27톤) 중 17톤이 먼저 땅에 내려왔다. 뒤이어 붐대, 남은 10톤의 균형추이 순서대로 해체됐다. 5톤짜리 균형추를 매달아 옮기던 와이어가 사고 타워크레인의 와이어에 닿아 멈칫하는 과정에선 지켜보던 이들이 숨을 죽이기도 했다. 이날 외벽 보강에 3시간이 걸린 탓에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 마무리는 늦춰졌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140여m 상공의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지상에서는 잇따른 여권 정치인들의 방문에 적지 않은 소란이 이어졌다.
오전 10시 30분쯤 현장을 찾은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TF 단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5명에게 실종자 가족들이 쏟아 낸 첫마디는 "대체 뭘 가지고 왔느냐"였다. 그동안 중앙정부에서 실종자 수색을 맡아 주기를 요청했지만, 사고 10일 만인 전날에서야 중앙정부 차원의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마련 계획이 결정됐고, 11일 만인 이날 국회의원들이 현장을 찾은 데 대한 비판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늦게 왔다면 해결책을 가지고 와야 맞지 않냐", "(중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동안) 크레인도 늦게 왔고, (수색작업도) 지연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엄정 대처를 하겠다면서 광주고검장, 광주지검장을 이끌고 현장을 찾았지만, 실종자 인원을 5명이 아닌 4명으로 이야기 했다가 이를 바로잡는 해프닝을 벌였다. 오후 2시 30분쯤 현장을 찾은 박 장관이 "실종자 네 분을 조속히 찾아야 된다"고 하자, 옆에 있던 관계자들이 다섯 명으로알려줬고, 박 장관은 브리핑 말미에서야 "다섯 분? 예, 실종자 다섯 분 그리고 지금 발견된 한 분 이렇게 된 거죠"라고 정정했다.
박 장관은 이날 실종자 가족들에게 검찰총장 직속 중대재해 전담 기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대안전사고가 있을 때마다 솜방망이와 같은 양형, 무죄가 속출해왔다. 검찰총장 직속으로 전문가들로 기구를 구성해,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실종자 가족들은 박 장관에게 "대기업에서 무슨 일이 나면 처음에만 뉴스가 나오지, 고등법원 대법원 가면 (처벌이) 약하게 된다. 현대산업개발과 하청업체에 대해서 강력하게 페널티를 주라"고 촉구했고, 박 장관은 "철저히 수사해서 밝히겠다. 왜 그동안 (현장 안전에 대한) 민원이 가볍게 취급됐는지도 조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광주=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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