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돌아온 진중권 "진보 정치 복원할 것"

노태영 2022. 1. 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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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평 이후 진중권 전 교수는 진보 진영의 대표적 평론가로 활동해 왔습니다.

그러나 2020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에 반발하며 정의당을 탈당했었고, 지난해 9월엔 국민의힘 대선 경선 국민 면접관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진중권 전 교수가 정의당에 다시 복당하기로 했습니다.

진 전 교수가 오늘(21일) 새벽 SNS를 통해 올린 내용입니다.

저는 심상정으로 갑니다.
정의당에 다시 입당합니다.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젊은 정치인들을 뒤에서 돕는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진중권 전 교수 SNS 게시글, 오늘(21일) 새벽>

다시는 정의당을 안 볼 것 같았던 진 전 교수가 2년 만에 다시 복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진 전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복당 결심 배경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중권 : "정의당이 조국 사태와 일련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반성을 했습니다."

조국 사태가 탈당 이유이자 복당의 걸림돌이었는데, 그 걸림돌을 정의당이 반성으로 정리해줬기에 복당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진 전 교수는 여기에 더해 심상정 후보만이 올바른 정치를 하고, 올바른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심 후보는 왜 대선 후보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지 물어봤습니다.

진중권 :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구도가 가장 크거든요. 여기서는 아무리 용을 써도 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동안에 정의당이 잘못한 부분이 있어서 전통적 지지층 중에서 원칙적인 사람들이 좀 떨어져 나간 부분도 있지만, 그게 결정적인 변수라고 보지는 않고 역시 결정적인 건 제가 볼 때 구도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제삼지대에 대한 희망은 또 안철수 후보가 뺏어가잖아요? 이런 상황 속에서는 너무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근 심상정 후보는 'MBC 100분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보다 왜 지지율이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래서 칩거에 들어갔다"고 답했습니다.

진 전 교수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해봤습니다.

진중권 : "안철수 후보는 뭐냐면 정권교체예요. 정권교체, 대항마 이런 느낌이 있는 거죠.

그리고 보수 쪽으로 분류되고, 지금 시대정신도 정권교체로 기울었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것은 보수 쪽이잖아요?

그러니까 진보 자체인 심상정 후보로는 고전할 수밖에 없는 구도에요."

그렇다면 진 전 교수는 정의당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길 기대할까요?

그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칙을 지키다 보면 유리한 국면이 다시 올 것이고, 그때를 대비해서 정치적 능력을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켜야 할 원칙이란,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최근 심상정 후보가 최태원 SK 회장을 만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요?

진중권 : "진보도 기업가들 만나야 되고, 극우적인 사람들도 만나고 만나서 설득해야 합니다.

정치가 누구를 적으로 설정해서 타도하고 때려잡는 게 아니잖아요? 만나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행동을 해달라고 얼마든지 요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진보도 이제는 노조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설득해야 하고, 보수도 기업을 설득하고 이런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고 서로 양보가 필요하거든요."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정의당은 '진보 정당다움'을 분명히 하며 더욱 품을 넓혀야 한다"며, 진 전 교수의 복당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 전 교수는 앞으로 정의당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걸까요?

진중권 : "옛날에는 정의당이 정책 1중대였고, 민주당이 정책 2중대, 국민의힘이 3중대였잖아요?

우리가 먼저 떠들면 처음에는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하다가 1~2년이 지나면 저들도 채택하고, 4~5년이 지나면 법안으로 나오고 이랬었잖아요?

이런 것을 되살렸으면 좋겠어요."

민주노동당, 친환경 무상급식 공동공약 제안 기자회견 (2010년 4월9일)

진 전 교수의 말처럼 무상급식 등은 정의당의 대표 공약 상품입니다. 최근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하루 3끼 무상급식을 공약할 정도로 대중화됐습니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앞서가는 공약, 왜 최근에는 정의당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진중권 : "지식인들이 다 민주당 쪽에 붙어서 그런 역할들을 안 해주니까….

지식사회에서 민주당 헤게모니를 깨고 다시 진보 쪽으로 견인해와야 합니다. 시민단체도 지금 많이 없어졌어요. 어용단체가 되기도 하고…….

학생운동은 지금 존재하지 않고, 노동 운동도 상당수는 귀족화돼 있고, 그러다 보니 진보의 재생산구조가 끊긴 거에요."

진 전 교수는 그 상당 부분의 책임이 지금의 민주당에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기존의 시민사회단체가 진보정권이라는 민주당 정권과 협력하는 가운데 이권 집단화됐다, 그러다 보니 진보라는 이념 자체가 불신과 위선의 대상이 됐다는 겁니다.

그 결과 진보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고도 했습니다.

진 전 작가는 통화 내내 진보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정의당을 어쩌면 황무지와 같다고 비유하면서 그래도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진보의 복원을 위해 젊은 세대를 키워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진중권 : "지금 20·30세대들에게는 저희 세대가 외계인일거고, 저희는 감성으로 따라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젊은 층에 맡겨야 하거든요.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볼 때 조금 이상하다 싶은 일이 있어도 참아주고 대신 뒤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게 우리 세대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봐요."

https://news.kbs.co.kr/special/election2022/president/index.html

노태영 기자 (lotte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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