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 '파주 슈퍼개미'의 투자법.."남의 돈으로 수백 억 손실"

김정우 기자 2022. 1.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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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BS 경제부 김정우입니다. 회사 직원 한 명이 회삿돈 수천억 원을 빼돌린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회삿돈을 가져간 것도 모자라서 그 돈을 주식이나 금괴를 사는데 쓰고 가족들에게까지 흘러간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했고 앞으로 어떤 과정이 남았는지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마이너스의 손' 파주 슈퍼개미…이 부장의 '투자일지'

지난해 11월 11일 주식 시장에 개미 투자자들이 열광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때 한 주당 100만 원이 넘었다가 출시한 게임이 혹평을 받으면서 반 토막 나다시피 한 NC소프트 주가가 30% 오른 겁니다. 갑자기 들려온 희소식에 주주들은 어떤 큰 손이 주가를 올린 거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큰 손 가운데 한 명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 이 모 부장이었습니다. 

이 부장은 전체 주식의 2.24%, 무려 4천억 원 가까이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이 부장이 주식을 산 다음 날부터 이틀 연속 주가가 내려가면서 500억 원 정도의 손실을 본 겁니다. 이보다 한 달 전쯤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동진쎄미캠 주식을 1천430억 원어치(전체 지분의 7%) 사들인 건데 여기서도 손실을 봤습니다. 주당 3만 6천 원 조금 넘게 샀다가 3만 4천 원 정도에 팔았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부장이 주식을 매도한 다음 날부터 주가가 치솟기 시작해서 한 때는 5만 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이런 투자 스타일만 봐도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부를 만한데, 문제는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투자를 했다는 겁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 부장은 모두 42개 종목에 투자했다가 761억 원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엔 금괴 대량 구매…수수료는?

자꾸 손실은 불어나고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 부장은 이번에는 금괴에 손을 댔습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1kg짜리 금괴 851개 681억 원어치를 산 겁니다. 
 
[김현모 / 한국금거래소 대표]
"키움증권 내에 있는 주식 계좌에서 주식을 매도하고 나눈 금액인 걸 확인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분이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가지고 돈을 많이 버신 분이 이제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려고 금을 사시는구나 이렇게 대량적인 금을 구매하시는 게 그래서 슈퍼개미라는 말을 듣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양이 워낙 많다 보니까 승합차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행스럽게도 지금 금괴는 모두 회수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수수료가 문제입니다. 실물로 금괴를 사려면 부가가치세(10%)와 수수료(5%)를 내야 합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이미 100억 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급한 겁니다.
금괴가 남았더라도 수수료는 이미 지급한 상황이라서 이 돈은 환수하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주식 거래의 경우에도 수수료가 발생했는데 그 돈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해야 합니다.
 

최악은 '상장폐지'…24일은 '운명의 날'

현재 한국거래소는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24일 결론이 나올 예정인데, 사정에 따라 미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심사에서 '이건 상장 폐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결정을 하면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립니다. 이렇게 되면 적게는 1년 그리고 길게는 2~3년 정도 거래가 정지되는데 이 기간 동안 투자자들의 자금은 묶이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인 '상장 폐지'로 결론이 내려지면 정리 매매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7일 동안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정리할 기간을 부여하는 것인데, 이 때는 상한가나 하한가의 개념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얼마나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상장 폐지가 된다고 해서 기업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추후에 오스템임플란트가 재상장된다든가 이런 기회가 있기 때문에 장외에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무엇을 했나?…글로벌 기업의 '그림자'

이 사안을 취재하면서 그리고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단 하나입니다. 도대체 회사는 무엇을 했냐는 겁니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
"위조를 해가지고 결제를 올렸는데  위에서는 범죄 행위를 할 것이다라는 걸 미리 의심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체크를 못했던 것 같고요."
 
세계 시장 점유율 5위라고 자랑하면서 내부 통제 시스템은 낙제점이라는 걸 스스로 내보인 셈입니다. 지금 오스템임플란트 전체 주식의 44%는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옵니다. 
 

횡령자금 처리과정은?

'금괴나 현금을 확보했으니까 이제 오스템임플란트 측에 돌려주면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범죄 수익은 몰수나 추징이 가능하지만 횡령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몰수나 추징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금괴나 보유 주식의 경우 회사 측이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집행을 해서 손해를 보전받아야 합니다.

현금이나 금, 주식뿐만 아니라 이 부장은 가족에게 건물을 증여하고 부채까지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부분도 횡령 자금을 동원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취재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 / 편집 : 차희주 / 디자인 : 김정연 / 기획·제작 : D콘텐츠기획부)

김정우 기자fact8@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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