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청원 열망 모아 코로나 민생3법 상임위 회부
진보당 등 시민사회, 한달만에 코로나 민생3법 국민청원 성사…코로나 위기로 필요성 증가한 직종들
공공성 강화, 생존권 보장 등 법 제정 촉구…김재연 "벼랑 끝 몰린 민생, 국회가 답해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코로나19로 더욱 중요성이 커졌지만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 대한 민생법안 세개가 차례로 국회 국민청원을 성립해 각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난 19일 110만 돌봄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담은 돌봄기본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성립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보건복지위에, 같은날 코로나로 기후위기와 식량주권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농업·농촌·농민 기본법에 관한 청원(농민기본법)'이 5만명 동의를 얻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지난 20일 코로나로 유동인구가 줄고 생존권을 위협받는 노점상에 대한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 청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세가지 법안은 진보당이 돌봄노동, 농민, 빈민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만들어 낸 성과다. 지난 20대 국회때 원내정당(1석)이었다가 이번 국회에서 원외정당이 된 진보당은 여의도에서 벗어나 아스팔트 위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시민들의 현장에서 지냈다. 언론의 관심 밖에서 발로 뛰어 2017년 당시 민중당(현 진보당) 창당 때 4만6000여명이었던 당원은 현재 8만명을 넘겼다. 이를 토대로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21일 시작한 이른바 '코로나 민생3법' 입법청원운동을 한달 만에 성사했다.
돌봄 공공성 강화로 저출생·고령화 실마리 찾아야
돌봄기본법 국회 청원의 청원인은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다. 청원취지를 보면 코로나로 돌봄 없이 공동체가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돌봄은 주로 여성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급 단순노동 취급을 받거나 요양보호사, 노인생활지원사, 보육교사, 아이돌보미, 산모신생아건강관리사 등 110만 돌봄노동자들은 불안정 저임금에 시달리며 초단시간 쪼개기 근무, 인권침해 등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있다.
해당 법은 돌봄노동자의 경력인정, 유급휴가, 퇴직급여, 최소노동시간 보장, 야근노동 제한, 휴게 보장 등을 법안에 넣어 이들의 노동자성을 강화하고 기간제원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노정교섭 절차를 만들고 업무상 재해로 근골격계 질환 등을 인정하자는 돌봄노동자의 요구도 반영했다. 또한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하고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돌봄이 '사회화'한 현실에 맞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도 명시했다.
돌봄정책기본법, 돌봄노동자기본법 제정은 김 후보의 대선 공약이다. 김 후보는 노동중심 사회를 만들겠다며 110만 돌봄노동자를 국가가 직접 고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누리과정부터 대학까지 교육과정 내 성평등교육 의무화의 하나로 학교에서 돌봄과 가사노동의 가치를 교육하고, 성별임금격차 해소 차원에서 돌봄노동자 최저임금 130% 지급 등 여성집중 직종의 임금을 인상하자고 주장했다.
전업주부 가사·돌봄 노동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기 위해 전업주부 국민연금 지원제도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돌봄체계 확대도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초등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돌봄교실을 확충하고 돌봄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 예산을 늘리겠다고 밝혔고, 방학 중 전일제 돌봄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노인의 경우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확충해 요양 돌봄 서비스, 일상 생활지원 서비스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20~40대 비혼자에게도 긴급호출서비스 확대, 주거지 중심의 공동생활 서비스 확대 등으로 맞춤형 돌봄을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식량주권 지키고 농민 권리 보장할 농민기본법
농민기본법의 청원인은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다. 청원취지를 보면 코로나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더욱 주목을 받은 가운데 식량자급의 중요성도 커진 점을 배경으로 언급했다. WEP(유엔세계식량계획)는 코로나로 식량 위기에 처한 인구가 지난 2020년 1억3500만명에서 지난해 2억7000만명으로 늘었다고 했는데 감염병 장기화와 기후위기 등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국내에선 장기간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의 권리는 외면당했고,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의제설정으로 농민들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이런 조건에서 식량 수입의존성이 높아졌다. 곡물자급률은 사료 포함 21%(세계 평균 101.5%)에 불과하고, 식량자급률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반면 식량수입은 세계 5위로 사실상 '식량안보'와 '안전한 먹거리 보장'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농산물 가격결정 과정에서 농민들은 배제된 채 헐값을 받지만 도시의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시장실패 상태에 이르렀다.
농민기본법은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농업이라는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나 가짜농민 등을 포함하는 '농업인'이 아닌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을 중심으로 농업을 바로잡자는 취지의 법이다. 식량자급률을 100%까지 높이기 위해선 농지확보가 필요하다. 농지가 투기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정말 농사짓는 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고 토지개혁에 준하는 대책마련과 농지관리를 담당하는 농지관리청 신설을 법에 담았다.
또 법에선 주요농산물에 대해 계약재배를 통해 적정가격을 유지하고 생산량을 확보하는 공공수급제 실시를 포함했다. 농산물 가격은 생산주체인 농민이 참여하는 농산물 가격결정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고, 농민에 대해 법에서 제대로 정의하고 지원할 수 있게 '농민등록제'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도 여러 지역에서 논의되는 농민수당도 법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기존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가짜농민을 양산하고 여성농민을 배제해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11월11일인 '농업인의 날'은 과거 '권농일', '권농의 날' 등 이름과 날짜도 변해왔다. 다음백과를 보면 흙토(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을 11월11일로 삼아 농업인의 날을 정했다고 한다. 농민의 입장이나 농민의 역사를 무시한 행정에서 편의상 결정한 날인데 현재 농민과 농촌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농민기본법에선 농민의 상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일인 5월11일을 농민의 날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농민기본법 제정과 농민수당 월 150만원 등을 공약했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찾는 노점상, 사회경제 주체로 인정해야
코로나로 불경기가 찾아오고 유동인구가 줄면서 노점상들도 큰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일부 지자체에선 이때를 틈타 노점상을 밀어내기도 했다. 선거 때면 후보들이 민생을 살핀다며 노점상을 방문해 서민친화 이미지의 배경으로 삼지만 선거가 끝나면 노점상들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존재 자체가 불법으로 몰리거나 단속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을 노점상인들에게도 주겠다고 했지만 까다로운 절차로 상인들은 철거와 단속의 빌미가 될까 지원금조차 신청하지 못했다.
정부의 이중적 태도는 이뿐 아니다. 통계청에서 제정하는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등재하며 직업으로 인정하지만 세법에선 노점상이 세금계산서와 영수증 발급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에 다수 언론에선 노점상이 탈세를 하며 불법으로 영업한다는 논리로 불법이란 낙인을 찍어 내쫓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에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노점상특별법)에선 노점상도 세금을 내고 정당하게 영업할 테니 사회경제주체로 인정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의 청원인은 최영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위원장이다. 노점상특별법에는 국가와 지자체에 노점상생계대책협의회를 두고 노점상이 참여해 노점정책을 결정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노점상을 배제하고 불규칙하게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내쫓는 식이 아니라 영업 기준 등을 함께 정하고 과태료 금액이나 철거에도 제한을 두자는 취지다.
김 후보는 2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3법 국민동의 청원운동에 함께해준 모든 분들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지금껏 정치가 외면해왔던 돌봄노동자, 농민, 노점상의 목소리에 이제는 국회가 답하고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살리는 길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당의 진짜 싸움을 지금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새로운 질서를 꿈꾸는 모든 이들과 함께 행동을 조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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