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5,000명 운집에 정청래 "불교계 고충 인식하게 됐다"

조계종 21일 전국승려대회 강행
조계사 대웅전 앞 5,000명 운집
송영길 조계사 찾아 불심 달래기
'종교편향차별금지위원회' 약속
정청래 "심려 끼쳐 죄송" 재차 사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조계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경제]

조계종이 21일 개최한 전국승려대회에 5,000여 명이 운집하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원들을 대동하고 조계사를 찾아 불심 달래기에 나섰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정청래 의원은 조계사에 입장하지 못했다. 정 의원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려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송 대표와 정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를 찾았다. 정 의원이 지역 산사들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을 두고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촉발된 불교계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서다. 송 대표는 “한국 불교 역사와 전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불교계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여당 대표로 사과드린다”며 “한국 불교가 수호하고 있는 유물에 대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와 전승을 위해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재 관람료 논란의 시원(始源)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조계종 사찰 부지를 국가가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시켰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부당한 처사로 인한 불교계 피해와 고충을 이해한다. 이를 시정하지 못해 불교계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러면서 특정 종교 편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종교편향차별금지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조계종이 21일 전국승려대회를 열고 정부의 종교 편향을 주장하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직접 사과하기 위해 조계사를 찾은 정 의원은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후 그는 국회 소통관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 몇달 간 저 스스로 많은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불교계의 고충과 억울한 점도 인식하게 됐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국민과 불교계의 상생발전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며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오신 불교계와 스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법 제도를 정비하는데 미력하나마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해인사의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통행세’로 규정하고 ‘봉이 김선달’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불교계가 항의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 대표가 잇따라 사과했지만 불교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에서 누적됐던 불만이 한번에 터져나오면서 집단행동까지 강행하게 됐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종교계와 갈등을 빚자 민주당에서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국회의원 30여명을 이끌고 108배를 하는 등 연일 불심 달래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조응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 의원의 탈당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정 의원이 “이핵관(이재명 핵심 관계자)이 탈당을 권유했지만 저는 민주당에 남을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