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나만의 목소리 찾을 때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임정우 2022. 1.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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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순례 / 사이토 하루미치 지음 /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펴냄 / 1만6000원
"서로 다름을 통감할수록 '당신'이라는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새로워진다.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빛이 더해진다. 대화란 이해할 수 없는 다름을 서로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다름에도 관계를 맺기 위해 하는 행위였다."

'목소리 순례'의 저자는 농인 사진가 사이토 하루미치다. 그는 청각장애를 극복하려 했던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인정하고 농인으로 살아가며 접한 다양한 언어와 감각에 대한 내밀한 고백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청각장애를 진단받은 두 살 때부터 보청기를 끼고 발음 훈련을 시작한다. 일반학교를 다니며 듣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저자가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건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이 아닌 발음하기 쉬운 말들뿐이다.

자신에게 들리지도 않는 말을 내뱉고 상대가 알아들었는지 눈치를 살핀 저자는 말할수록 타인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에 대해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듣는 사람인 척 자신을 속이며 성장했던 저자는 고등학교를 농학교로 진학하면서 변화한다. 농학교에서 저자는 농인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수어를 통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진심으로 타인과 대화하게 된 저자는 5년 동안의 재활을 거쳐 스무 살에 보청기를 빼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수어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사진가가 된 저자는 각자 다른 장애를 지닌 몸을 격렬하게 부딪치는 장애인 레슬러, 긴 포옹으로 인사하는 다운증후군 당사자 등 온몸의 감각을 사용해 소통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장애와 다른 몸이 경계가 아니라 새로운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자는 문장에 담기 어려운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사진집에 수록했던 사진들을 내용에 맞춰 실었다. 저자의 사진과 섬세한 글이 어우러져 다양한 몸과 낯선 존재들을 순례하며 찾은 특별한 소통의 순간을 전한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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