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자기 나라 기업 괴롭히는 데 열심인 국민연금

2022. 1.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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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주주 대표소송 권한을 노동자 입김이 센 수탁자책임위원회로 넘기려는 정부 방안에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결정권은 기금운용본부가 갖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257곳에 이른다.

생업도 빠듯한 기업들이 허구헌날 국민연금 송사에 시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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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 대표소송 권한을 수탁위로 넘기는 정부 방안에 경제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사진제공=경총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의 주주 대표소송 권한을 노동자 입김이 센 수탁자책임위원회로 넘기려는 정부 방안에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7개 경제단체는 20일 복지부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국민 돈으로 기업 관치에 나설 작정"이냐며 강도 높게 정부를 성토했다. 이날 경제단체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강제로 걷은 돈으로 주주 노릇을 하며 국민 이름으로 갑질하겠다는 것인가", "사실상 국가가 연금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재계는 지침이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결정권은 기금운용본부가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이 권한을 수탁위로 이관하기 위해 지난 연말부터 지침 개정 작업에 나섰다. 복지부는 다음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 뜻대로 지침이 개정되면 수탁위는 국내 주요 상장사와 그 계열사에 바로 소송을 걸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은 917조원의 방대한 적립기금 중 17%를 국내 상장사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257곳에 이른다. 더욱이 상장사 주주 대표소송은 0.01% 지분만 있어도 가능하다. 이를 감안하면 소송 대상 기업은 1000곳이 넘는다. 생업도 빠듯한 기업들이 허구헌날 국민연금 송사에 시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송 칼자루를 쥘 수탁위의 전문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전문가가 주로 포진된 기금운용본부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9명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수탁위는 시민단체, 노동계가 주도하는 조직이다. 기업 보복, 기업 길들이기 소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수탁위는 기금운용 결과에 대해서도 전혀 책임이 없다. 수익률과 무관하게 정치·사회적 이해관계나 여론에 편승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는 정부측 인사 40%가 장악하고 있다. 그러니 사실상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경영에 개입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것이다.

기업은 소송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본 공적연금펀드,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세계 유수 연기금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금융, 투자 전문가들을 주로 배치한다. 이들 기금은 소송보다 협상으로 기업을 이끈다. 수탁자를 위한 수익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은 앞으로 닥칠 노동이사들의 경영 간섭도 큰 걱정인데 국민연금 노골적인 간섭까지 챙겨야할 판이다. 국민연금은 수익률 제고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 맞다. 대표소송 권한은 기금운용본부에 그대로 두는 게 마땅하다.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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