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으로의 긴 외유 거쳐 '치천명의 시인' 전대호 돌아오다

2022. 1. 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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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간 우주선들의 궤적을 본 적 있니? / 가장 멀리 갔으니 곧장 갔을 것 같잖아? /직선으로, 쭉, 곧장.

사반세기 외도를 마치고 시단으로 돌아온 전대호는 아직도 30년이 더 지난 신춘문예 당선 시절 초심으로 '씩씩함' '설렘과 희망'을 전파하고 '지천명의 시간'을 나누는 메신저임을 외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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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으로의 긴 외유 거쳐 '치천명의 시인' 전대호 돌아오다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전대호씨

25년만에 세번째 시집 ‘지천명(知天命)의 시간’ 발간

나이 오십을 넘기며 깨닫는 설렘·희망의 메시지 담아

지천명의 시간/전대호 지음/글방과 책방

가장 멀리 간 우주선들의 궤적을 본 적 있니? / 가장 멀리 갔으니 곧장 갔을 것 같잖아? /직선으로, 쭉, 곧장.

알고 보니, 나선이더라. / 빙빙 돌면서 태양에서 멀어지더라고. / 그러니 출발하고 나서 몇 년 뒤에 / 지구와 다시 마주치기도 해.

잘 모르는 사람은 그러겠지, / 쟤는 벌써 몇 년째 빌빌거려. /글렀어, 가망이 없어.

실은 꾸준히 가는 중인데, / 태양의 중력에 비낀 제 길로 / 힘차게 나아가는 중인데.

('우주선의 궤적' 전문)

물리학도 출신 시인의 작품답다. '우주선의 궤적'에서 ‘살아 있음’의 원동력을 찾아낸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던 해인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전대호는 이 무렵 또 하나의 큰 결심을 한다.

학사를 마친 그는 돌연 전공을 바꿔 모교 철학과로 대학원에 진학, 석사를 마치고 독일로 유학, ‘헤겔 철학’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독일로 떠나기 전 첫 시집 '가끔 중세를 꿈꾼다'(민음사 1995)와 두번째 시집 '성찰'(민음사 1997)을 냈다.

시인으로 전성기는 여기까지였을까. 독일 유학 후에는 과학 및 철학 관련 전문번역가로 정착해 '위대한 설계', '로지코믹스', '물은 H2O인가?'를 비롯해 100권이 넘는 번역서를 냈다. 철학 저서로 '철학은 뿔이다'와 '정신현상학 강독 1' '정신현상학 강독 2'도 있다.

그러나 그는 나이 오십을 넘으며 현실을 깨닫는 시간이라는 ‘현타’가 왔다.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을 지나며 시에 대한 ‘설렘’이 자주 생기고 ‘지천명(知天命)의 시간’을 전파하는 시집을 내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겼다. 사반세기 만에 내는 세 번째 시집 '지천명(知天命)의 시간'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두우면, / 뿌리가 되어 나아가라. / 빛도 이곳엔 그렇게 임하리라. / 구원하지 않는 무력함으로, / 아무것도 마다하지 않는 / 캄캄한 사랑으로. ('뿌리' 전문)

지난한 인생의 길 가운데서도 두터운 희망을 키운 경륜과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유자효 시인은 해설에서 “이 시집은 ‘뿌리’에서 말해 ‘배’로 끝난다. 이 시는 25년의 침묵을 깨는 전대호 시인의 정신적 결의로 읽혔다. 84편 시의 세계를 여행한 그가 다다른 곳은 어디일까?”라며 “이렇게 아름답고 깊이 있는 시를 쓰는 전대호 시인의 침묵이 화려하게 개화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리도 날개도 없이 / 배만 우묵한 배 하나 / 기척 없이 기슭에 깃을 대고.

물결은 붉다 내 귓가에.

노을 불타니 타라 한다. / 가서, 한가운데로 가서 / 살아갈 날들까지 다 사르라 한다. ('배' 전문)

사반세기 외도를 마치고 시단으로 돌아온 전대호는 아직도 30년이 더 지난 신춘문예 당선 시절 초심으로 ‘씩씩함’ ‘설렘과 희망’을 전파하고 ‘지천명의 시간’을 나누는 메신저임을 외치고 있는 듯하다.

이미선 기자/sunny0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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